한국 지역재생의 현재와 타운매니지먼트, 그리고 관광 – 어반플레이 서락원 PD

한국은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유럽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괴한 전망과 함께 모두가 안정적인 일자리와 풍부한 문화적 환경을 찾아 서울로 집단이주를 시도하는 서울공화국시대와 인구절벽시대를 동시에 지나고 있다. 하나의 문제를 풀어보기에도 한숨부터 나오는 이 두 개의 문제는 연쇄작용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들의 인구적·문화적 소멸을 가져오고 있고, 그 진행속도는 우리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필자는 2015년부터 한국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들과 농촌재생 프로젝트들을(통칭하여 ‘지역재생’이라고 하겠다) 경험하며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방법으로 지역 활성화 즉, 지역재생 프로젝트가 한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정부정책 과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은 물론이고, 조금은 더디더라도 지역의 구성원들이 주체성을 가진 지역재생을 희망한다. 지역구성원들의 주체성을 가진 지역재생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제적 전략을 펼칠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죽어가던 한국의 지역적 특색들을 되살리고, 지역관광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죽어가던 지방에서의 삶도 능동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우리 삶의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잡힐 것이다. 
본 기고를 통해서 위에서 이야기한 지역재생의 개념들을 한국의 지역재생 프로젝트들의 사례들과 함께 살펴보고, 더 나아가서 필자가 현재 관심을 가지며 연구하고 있는 지역재생의 한 방법론인 T·M(TownMamagement)의 개념과 필요성, 사례들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 그럼에도 서울은 항상 빛나고 있다.

한국의 지역재생은 주민주도가 아닌 행정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의 예산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도시와 농촌, 어촌, 접경지역 등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는다. 주된 내용으로는 정부예산 집행을 통해 지역의 현안들을 소프트웨어 사업 프로그램들을 통해 그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발굴하고, 각종 하드웨어 사업들로 주민들의 생활편의와 관련한 시설들을 보완·보충하고 있다. 모든 재생사업은 그 지역 생활인들의 삶의 질 증진과 지역의 경제적 성장 등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데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업 진행의 주된 아이템과 진행방식에서는 지역마다 차이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재생사업의 “재생”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지역재생사업은 기존의 것들을 지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원들을 활용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유형적 자원의 활용으로는 지역의 역사적 자산인 적산가옥을 활용하기도 하고 안전문제로 철거될 운명을 가진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의 중심점으로 삼기도 한다. 무형적 자원의 활용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나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문화 요소를 활용하여 상품을 개발하거나 지역축제를 여는 등 지역성을 근간에 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활성화를 꾀한다.

재생사업의 PM을 맡아 사업운영을 하다 보면, 위와 같은 사업의 개념과 한계점에 대해 그 지역의 주민들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많다. 그 자리에서 꼭 나오는 질문이 존재하는데, “아니, 이 사업에도 참여하는 나도 주민이고 이왕에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나랏돈으로 후딱 잘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이 질문은 행정주도의 지역재생사업이 뭐가 그리 한계점이 있겠냐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주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높은 확률로 그들만의 공통점을 가지는데, 더 빠르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후속 사업을 위해 그 지역에 더 큰 예산을 가지고 오는 것이 그 지역의 재생 및 활성화에 가장 큰 역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맞다. 빠르게 사업이 시행되고 후속 사업을 위해 더 큰 예산을 가지고 오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점이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사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서 그 사업의 목적성과 동기 자체가 지역의 생활인에게 부여되지 않고 사업을 발주하고 관리하는 행정과 전문가들에게 부여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러한 지역들은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지역재생의 본질을 놓치기도 하고 추진동력을 크게 잃기도 한다. 이 때문에 행정주도의 재생사업은 더더욱이 천천히 시행되어야 하고 그에 맞춰 사업에 대한 평가도 더 다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생사업의 시행은 대상지선정과 현안발굴의 과정부터 중앙부처의 재원이 투입된다. 어떤 지역의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 “너네가 사업한다고 이렇게 떠들기 전까지는 이런 것들이 문제인지도 몰랐고, 싸울 일도 없었어!!” 사실 사업시행의 속도보다는 그 지역 생활인들의 동기가 완성되어 있는지, 혹은 그 사업을 시행하며 그 동기 및 공감대들이 형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 지역에 생활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면, 사업은 착수되고 종결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할 것이고, 지속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재생사업에서는 지역 역량 강화 사업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들을 통해서 주민들의 이야기 전문적으로 듣고 종합한다.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로 종합해서 위에서 이야기한 지역에 동기를 부여하고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던 지역의 불화와 갈등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재생사업의 예비계획 단계에 이러한 역량강화사업들을 주로 시작하게 되며, 지역 공동체의 조직력이 약한 곳들은 이 과정을 통해 기초적인 조직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야기한 한국의 재생사업을 경험한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한국 지역재생 사업의 한계점이 있다. 한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조직력이 강한 공동체가 형성되기를 원하며, 이 공동체가 지역을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끌기를 원한다. 재원투자의 목적성을 이곳에 둔다. 조 단위의 큰돈을 매년 투자하는 이유와 근거를 공동체 성장과 자발적 지역재생의 가능성에 두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본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지 이해할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의 유·무형적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경제활동을 지역 공동체 자체로 꾸려나가기에는 현재의 과정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몇 번의 교육을 통해 얼굴을 보고 어쩌면 몇 번 못보며 살아온 구성원들이 한팀이 되어 지역운영과 사업체 운영 맡게 되는 꼴이다. 

▲ 주민참여과정 “퍼실리테이팅”

그렇다면 한국의 지역재생에 있어서 필자가 강조하는 자발적 동기부여는 과연 어떤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타적 이기심”이다. 근본적으로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본인의 욕망에 솔직해야만이 지속가능한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국토의 지속가능한 지역재생을 이끌기 위해선 이러한 이기심과 욕망에 걸맞는 사업성이 필요하다. 결국 돈이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지역재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한때 의지 것 맨 총대는 결국 바닥에 버려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T·M(TownManagement)은 우리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일본의 T·M(TownManagement)은 단어 뜻 그대로 “지역관리”를 시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며, 부동산 소유주·사업체·상인·주민 등의 지역 주체들이 모여 지역의 자산을 함께 소유하며 그에 대한 자산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행동하는 행위 일체를 이야기한다. 조직화를 시도하여 공동의 법인인 SPC(Special Purpose Company)를 결성하고, 지역의 자산을 함께 소유한다. 이를 통해서 지역재생의 합당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 보존과 상승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들은 지역을 위해 일하게 된다. 자신의 자산가치에 해가 될만한 지역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스스로 관리하기 시작하며, 반대로 자산가치의 상승을 위해 지역의 브랜딩을 시도하기도 하며 공공에서 해결하기 힘든 일들을 본인들이 스스로 자산을 모아 보다 빠르게 해결하기도 한다. 이기적인 마음들이 모여서 지역의 매력을 지켜내는 하나의 결과적인 이타적 공동체를 결성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서울은 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들로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던 기존의 매력들을 잃어나가고 있다. 물론 그만큼 새로운 매력들도 생겨나며 빠르게 소비되고 있지만, 한때 젊음의 거리로 불리던 신촌이 지금 그러하지 못하듯 시간에 따라 그 흐름에 맞춰 도태되고 힘들어지는 지역들도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이와 관련하여 유심히 지켜보는 서울의 두 동네가 있다. 좋은 의미로 아주 핫하다 못해 불타고 있는 지금의 성수동과 나쁜 의미로 더 고즈넉해지고 조용해지고 있는 연희동, 이 두 동네다. 지금의 성수동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에서 가장 콘텐츠가 많고 빠르게 변화하는 동네일 것이다. 매일 새로운 팝업들과 전시가 열린다. 일 단위로 한국의 유행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상권의 변화도 아주 빠른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방문객들의 방문 비율이 아주 높은 동네다. 이에 비해 연희동은 한층 더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물론 다른 동네에 비해 연희동도 외부방문객의 비율이 높은 아주 매력적인 동네지만, 성수와 비교한다면 비교적으로 천천히 변화하고 기존의 것들을 잘 지켜내는 것이 매력이 되는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보아도 매력이 다른 이 두 동네를 찬찬히 변화를 살펴보며 서울의 문화적 속도를 가늠하는 것도, 이 기고를 읽는 독자들에게 아주 좋은 케이스스터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방금 이야기 한 연희동을 거점으로 T·M(TownManagement)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어반플레이”라는 도시콘텐츠 전문회사에 소속되어있다. 일전 도시재생과 농촌계획을 경험하며 필요하다고 느꼈던 주체적 지역재생을 연구하고 싶어 입사하게 되었다. 어반플레이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T·M (TownManagement)을 시도하는데, 연희동에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운영하며 새로운 컨텐츠를 넣기도 하고, 지역의 해리티지를 살린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한다. 어반플레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연희걷다”라는 필자가 PM으로 진행하게 된 동네공동마케팅 프로젝트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연희동을 중심으로 연남동·연희동의 28개의 로컬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각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동시에 “연희걷다”라는 프로젝트 하에 제공했던 프로젝트이다. 

이와 함께 어반플레이는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들에 뮤지컬, 전시, 토크쇼 등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넣었다. 다른 동네와 경쟁하고자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물가가 높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이 위기는 동네단위로 함께 이겨내야한다. 상인들 모두 각자 본인들이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인을 제공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어반플레이는 이런 행위들을 하나로 묶어서 프로모션하고 마케팅을 진행했을뿐이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직 이러한 주체들을 묶어서 SPC를 조직하지도 않았고, 부동산을 함께 소유하거나 하는 일은 아주 멀고도 먼 이야기일 것이다. 다만, 본인들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았다는 것에 있어서,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어반플레이와 필자는 이것이 콘텐츠 중심의 타운매니지먼트의 초기단계라고 생각한다.

▲ 타운매니지먼트 컨트롤타워로서의 어반플레이

도시재생과 관련한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며, 현지의 대학원생들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관광과 지역재생에 대한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터라 먼저 해외여행은 자주 가는지, 어떤 것들을 즐기며 살고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얼추 다들 비슷했는데, 방학처럼 시간이 여유로울 때에는 친척들이 머물고 있는 일본의 지방에 내려가거나, 다른 지방에 찾아가서 그들만의 지역문화를 즐기고 식재료들을 즐기는 것들이 참 재밌다는 대답들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해외여행은 잘 가지 않는다고..) 물론 몇몇 대학원생들의 생각이였지만, 도시재생과 지역계획에 대해 공부해온 나로서는 일본에 대한 인식과 너무나도 들어맞는 대답이여서 그 대답의 힘은 강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지방만의 문화를 존중하고,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와 같이 1970년대부터 발 빠르게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해왔던 일본이였기 때문이다. 지역문화를 담은 축제 “마츠리”문화 또한 한국의 지역재생 실무자로서는 너무나도 부러운 점이다. 

이 또한 자신들의 동기와 주민들끼리의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지역문화를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시간이 쫒기지 않고 그들만의 무언가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관광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의 경우 서울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모든 것들이 가득차있어서 다른 지역의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 그 지방과 지역만의 문화는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어디에선가 유행해서 진행하는 지역축제와 지역재생사업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이 지역이 생긴 모양대로 존중하고 의견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우리 한국도 각 지방마다의 색을 즐기는 지역관광 강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일본의 기온마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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