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6, 오피니언, 커버스토리

[Vol.56 인터뷰]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김봉석 교수

▲경희대학교 김봉석 교수


글로벌 시장 측면에서 보면, 비즈니스 관광의 수요가 아직 덜 회복되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은 독일이다. 독일 내부에서는 자국 전시산업의 회복세가 80%에 이른다고는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독일 전시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전시회가 글로벌 행사였기 때문에 비즈니스 관광 시장의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거대 전시회가 줄어든 반면 로컬 전시회들이 오히려 더 성장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규모가 큰 행사들은 아직 회복이 덜 된 반면, 로컬 행사들은 2~3년동안 착실히 내실을 다져와서 성장의 기틀을 쌓아왔다. 앞으로 국제 전시회보다 로컬 전시회들이 오히려 특색과 타깃을 명확히 함으로써 오히려 더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트렌드가 엿보이는 한 해였다.
중국의 늦은 회복도 전시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발 물량 공세에 전 세계 전시산업이 수혜를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국으로부터 비롯되는 비즈니스 관광 수요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전시산업의 완전한 회복도 다소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싸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장 공급망을 어지럽히는 사건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동서간의 새로운 냉전 시대를 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국내의 경우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듯하다. 몇몇 전시회들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경우도 있고 팬데믹 때 타격이 너무 컸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는 2019년보다 훨씬 더 잘되었다고 하는 전시회들도 있었다. 부문별로 보자면 특히 B2B 부문이 회복이 더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당시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개최를 못했던 B2C 전시회들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통적으로 강자였던 전시회들이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회복이 덜 되어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 사이에 다른 전시회들이 2019년보다 월등히 더 좋은 성과를 기록하면서 역전을 하는 동향도 관찰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단순히 전시회 개최건수나 면적 증대와 같은 계량적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반적 구조와 동향, 환경 등 다각적 관점에서 회복을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복력을 강화하는 요인들을 살펴보자면, 먼저, 디지털 전환이 있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느낌표와 물음표’였다고 표현하겠다. 분명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은 익히 인지된 듯하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체는 아직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두고도 각 이해관계자의 역할과 기능이 구분되어야 한다. 게다가 비슷한 분야인 듯한 미팅테크놀로지도 본질적으로는 전시산업에 필요한 그것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것도 비로소 우리는 인지하게 되었다. 각 산업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가 절대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며, 실행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마곡을 포함한 18개의 전시컨벤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 신축 및 증축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지자체에서는 명확한 운영 전략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전시장 인프라가 확충됨에 따라 전시회 개최건수와 같은 계량적 지표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모만 커진다고 능사는 아니다. 내실을 들여다보아야 할 시점이다. 국내 전시산업의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국내 전시산업은 2031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3년도 9대 인력 트렌드(자료: 가트너)


글로벌 전시산업의 동향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우리나라도 지난 2~3년 동안 핵심 역량을 키워왔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아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당면과제가 내포되어 있다. 인력과 내실 강화에 관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대형화와 전문화에 관한 과제가 있다. 전시장 추가 공급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대형화를 할 수 있는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 대형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전시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선은 질적 성장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전시 참가기업과 참관객들은 성과가 더 잘 나는 전시회, 즉 ROI가 높은 양질의 전시회를 깐깐하게 평가하여 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국제화도 질적 강화에 관한 세부과제가 될 수 있겠다. 국내 시장만 고집하지 않고,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전시회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 주최자들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전시회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있어야 한다. 인적자원에는 인적 네트워크도 포함된다. 해외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 또는 경험, 원활한 업무수행에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고급인력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느 때보다도 혁신과 발전이 필요한 시기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당면과제다. 과연 인력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이번에야말로 손발을 맞춰야 한다. 떠난 인력들이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지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수용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속히 수용해야 한다. 인적자원은 결국 투자다. 

전시회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그저 여러 행사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면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유일한 수단으로서 전시회가 급부상하면서 오프라인에서만 창출할 수 있는 성과가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시대가 역으로 오프라인에 대한 니즈를 더욱 키워 놨다. 니즈만 있다고 만사 해결일까? 그렇지 않다. ‘니즈(needs)’가 배고픔에 대한 욕구라면, ‘원하는 것(wants)’은 구체적 음식이다. 즉, 이제는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전시회들은 참가기업들이 전시회에서 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성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주최자들은 이러한 ‘원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고객들의 전시회를 바라보는 최근의 시선은 전시회 참가에 대한 ROI 민감도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전시산업에 미치는 영향(자료: UFI)


내년에도 전시회의 회복세,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인프라가 확장함은 이러한 성장세에 힘을 보탤 것이다. 이러한 잔치 속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극명해질 것이다. 잘 되는 전시회는 더 커질 것이고, 후퇴하고 있는 전시회의 내림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인적자원 유입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역량을 도입하고 수용하는 것도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오늘날 트렌드를 조직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 
전시회 측면에서는 경험의 중요성이 증가하여, 전시회를 대체할 수 있는 각종 미디어로 인한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즉, 어떤 미디어도 줄 수 없는 ‘경험’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갖게 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양적, 질적 비즈니스 성과라는 경험으로서 전시회를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인공지능의 도입이 고도화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특징은 계속해서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업과 기업의 특징을 바탕으로 AI 기반 매칭 플랫폼을 넘어서 전시회라는 하나의 장에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통한 제3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적 매개체로 보고 있다. 스마트TV로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상상해보면 인공지능의 활용성과 적용 범위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특정한 영역만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유형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트렌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해외 전시업계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인수, 합병, 매각, 스핀오프 등의 형태가 우리나라에서도 곧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특성상 스핀오프와 같은 비즈니스 다각화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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