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등장에 MICE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이 일으킨 새로운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의 변화는 MICE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Z세대 종사자를 위한 인센티브 투어를 계획하고자 한다면, 이들이 어떤 여행을 좋아하고 어떻게 여행을 즐기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Z세대들이 관광을 즐기는 방식과 형태는 과거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2024년을 준비하며 비즈배쉬(BizBash)가 꼽은 Z세대의 여행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친환경 숙소…조립식 호텔의 인기 증가
이케아에서 파는 조립식 가구들처럼, 조립을 할 수 있는 호텔이 등장했다. 2017년 호텔 그룹 해비타스(Habitas)는 첫 번째 조립식 호텔을 멕시코 카리브해의 툴룸(Tulum) 지역에 설치하였다. 조립식 호텔은 말 그대로 객실 운반이 용이하여 언제 어디서나 설치가 가능하다. 원하는 곳에 설치가 가능한 만큼 독특한 관광 경험을 즐길 수는 있겠으나, 고급스러운 호텔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조립형 호텔은 잠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했다.
그러나 Z세대는 조립식 호텔을 눈여겨보고 있다. 조립식 호텔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립식 건설은 주요 공정이 외부 공장에서 진행되어 균일할 품질 확보가 가능하고 현장 내 소음·분진 등의 공해가 없다. 철거 시에도 다른 곳에서 재사용할 수 있어 폐자재 발생을 70~80% 절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Z세대의 시선을 이끄는 대목이다. 또한 지나치게 화려한 로비, 어설픈 구조물 대신 고객들은 마치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객실 수준도 일반 호텔의 그것에 준하기 때문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듯 2024년에는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친환경적인 휴양지는 Z세대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회성 유흥보다는 자기관리(Self-care)가 대세
음주와 가무로 여가를 보내던 방식은 더 이상 Z세대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일회성 유흥보다는 자기관리(Self-Care)에 더 집중하는 Z세대의 문화 때문이다. Z세대가 말하는 자기 관리는 단순히 근무가 끝난 뒤 휴식을 취하거나 피부에 마스크팩을 붙이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다. 신체적 기능과 정서에 도움이 되는 ‘댄스 요법(Dance Terapy)’이나 편안한 음악을 들어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소리 목욕(Sound Bath)’ 등 감정 및 정서적으로 복합적인 경험을 주는 힐링 프로그램들이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Z세대들은 자기관리를 위한 여행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해방되어 단순히 ‘재미’를 찾기 위해 다녔던 것과 달리, 2023년에는 자기 계발이나 의미 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것이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광‧MICE산업에서도 단순한 유흥보다는 보다 의미있고, 건설적인 관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다녔던 길을 걷고 싶어…영화·드라마 속 배경 찾아 떠나는 Z세대
호텔을 배경으로 한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White Lotus)의 인기로 인해 고급 호텔 체인들이 너도나도 로케이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Z세대의 입맛을 저격하고 있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TV프로그램을 계기로 시작되는 관광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을 뜻하는 세트젯팅(Set-jetting)은 2023년 가장 뜨거운 트렌드 중 하나였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의 분석에 따르면, OTT 플랫폼의 프로그램 중 70%가 외국이나 현지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촬영되었는데, 이러한 촬영지들은 주로 사랑받는 휴가지로 꼽히곤 한다. 영국의 여행사 스콧 던(Scott Dunn)의 영업 및 제품 디렉터 사이먼 리치(Simon Lynch)는 “고객들 사이에서 영화배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많아졌다”며 “넷플릭스의 인기 프로그램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덕분에 2023년 프랑스 호텔·항공권 예약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20%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행기를 거부한다…‘플렉시에어리안(Flexi-air-ian)’의 등장
항공이 탄소배출의 주범이라고는 하지만, 관광산업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때에 따라 고기를 먹는 선택적 베지테리안(Flexirtarian)들이 주말에만 고기를 먹는 것처럼, 여행 중 이동을 위해 일부 구간만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른바 ‘플렉시에어리안(Flexi-air-ian)’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Z세대는 그들의 도덕적 실천을 뽐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Z세대는 출장을 위한 여행도 이처럼 환경을 배려하며 더 느리고 더 친환경적인 여행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비즈배쉬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수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느린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사 바이웨이(Byway)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여행 계획을 기획하여 Z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다.
교육과 예술에서 더 깊은 경험을 찾는 Z세대
Z세대는 자기계발에 관점에서 지식 욕구를 추구한다. 단순히 목적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이 방문하는 곳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교육 전문 여행사 더 루미네어(The Luminaire)의 CEO인 아담 세바(Adam Sebba)는 “2023년 여행객들은 지식과 성장욕구를 채워주는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학습 경험을 주는 여행 코스를 일정에 추가하는 등 Z세대를 겨냥한 교육적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관광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기르고 싶어 하는 Z세대를 위해 예술가가 만든 호텔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2020년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루크 에드워드 홀(Luke Edward Hall)은 파리에서 영화감독 웨스 앤더스(Wes Anderson) 스타일의 호텔 레 듀 가흐(Les Deux Gares)를 열었고, 영국의 사진작가 케이트 벨름(Kate Bellm)은 2023년에 호텔 코라손(Hotel Corazon)을 스페인의 마요르카(Mallorca)에 열어 Z세대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