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0, 리서치, 전략

다시 쓰는 MICE산업의 직업적 정의

초고령화와 저성장, 기후변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현재 우리 사회는 복합적 위기와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미래를 꿈꾸기 힘들어진 인재들은 높아지는 불안감에 허덕이는 중이며, 경제 침체와 양극화로 갈등을 겪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키워드로만 점철된 2025 전망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올해 Z세대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트렌드는 ‘포지티브 모멘텀(Positive Momentum)’이다. 불안의 시대를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 보겠다는 이들의 마음가짐은 ‘럭키비키’, ‘행집욕부’ 등의 신조어와 ‘저속노화’, ‘불교’와 같은 유행을 통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현안을 회피하지 않고, 긍정적 사고관으로 우상향을 꿈꾸는 태도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제 MICE산업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채택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노동시장에 종사 중인 인력뿐 아니라, 곧 진입하게 될 미래 인재들은 분명 과거와는 사뭇 다른 가치관과 기대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직업적 가치와 역할로 인해, MICE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인력들은 정체성 위기와 혼란을 마주하는 중이다. 업계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 이들로 인해 MICE산업은 인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는 전문성 축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며 장기적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다.
이제는 변화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부정적 요소를 탈피하고, 긍정적 요인을 마련하는 우상향 전략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야만 한다. 불안의 시대를 견디는 Z세대의 생존법에서 착안하여, 본 고에서는 MICE 기획자들이 겪는 정체성 위기와 MICE산업의 직업적 정의를 재조명해 업계의 인적자원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신세대 가치관’과 ‘사회경제적 불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하려는 인재들과 이들을 유치하려는 기업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IT 전문 리서치 기업 포레스트 리서치(Forester Research)에 따르면, 2030년까지 노동력의 74%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인재 관리 전략을 수립하려면, 우선 노동시장의 주체인 미래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적 가치관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다움과 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Z세대’와 실패도 과정으로 여기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적 태도와 우선순위는 이전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미래의 인력(Workforce of the future)’ 연구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수동적인 직업보다 개인적 성취와 유연성을 중시하며, 자신이 공헌할 수 있는 직업에 높은 가치를 둔다. 특히 두 세대 모두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4년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 설문조사(2024 Gen Z and Millennial Survey)’에 따르면, Z세대의 86%, 밀레니얼 세대의 89%가 “목적의식은 직무 만족도와 웰빙의 핵심 요소”라고 언급했다. Z세대(36%)와 밀레니얼 세대(46%)에게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영역이며, 삶에서 친구와 가족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현 조직을 선택한 이유를 조사해본 결과, 기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① 일과 삶의 균형, ② 학습 및 기술 개발 기회와 ③ 경쟁력 있는 급여 수준이었다. 반대로 이들이 기존에 소속되었던 조직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급여와 경력 발전 기회의 부족함, 번아웃 등으로 인한 소진감 때문으로 나타났다.

▲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조직 선택 및 퇴사 사유 (자료: Deloitte Global)
자료: WHO 공식 홈페이지, 연구원 재구성

MICE 기획자의 ‘정체성 위기’와 ‘인재 유출’의 상관관계

노동시장의 혼란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펜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구인난 시장과 비용 절감의 압박, 타 산업의 인재 탈취 등 변화된 인력시장 특성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MICE 기업들은 기존 경력 직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신규 직원들의 유입 및 확보에서도 어려움이 심화되는 중이다. PCMA의 공식 매체 컨빈(Convene)에 따르면, 약 350명의 이벤트 기획자를 대상으로 ‘2022년 급여 설문조사(2022 Salary Survey)’를 실시한 결과 2020년 90%였던 업무 만족도에 대한 응답이 2022년 6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2년(‘20 대비) 이벤트 기획자 인력 시장의 변화 (자료: PCMA, 연구원 재구성)

노동시장 혼란의 핵심은 MICE 기획자들이 확장되고 고도화되는 직무 속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스키프트 미팅(Skift Meetings)1의 마지막 집계에 따르면, 회의, 이벤트, 컨퍼런스, 전시회, 무역 박람회, 인센티브 여행 등을 기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직책은 약 800개가 넘는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현장 운영, 홍보 마케팅, 영업, 크리에이티브 전략과 경험 디자인까지, 매우 다양한 전문분야를 아우르는 MICE 기획자의 직무 범위는 MICE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절대 일차원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고강도 업무를 소화하면서도 ‘MICE업에 종사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 다각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의 문턱에서, MICE 기획자는 행사를 운영하는 실무자만이 아니라 산업을 선도하는 콘텐츠 창작자이자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기술 전략가로 진화해야 하는 고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MICE 기획자만의 고유한 전문성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기존의 규격화된 역할만으로는 세대의 기대와 산업의 변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MICE 기획자들의 역할과 직업적 가치를 재정의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새로운 세대의기대를 충족하면서도 산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명확한 직무 정의와 체계적인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자료: Barbara Scofidio(2024.12). Need Temp Support or Looking for Your 다음 Gig?. Skift Meetings, 각 기업 공식 홈페이지, 연구원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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