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회연합(Union of International Associations, UIA)은 세계 300여 개 국가의 68,000여 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제협회이자 MICE산업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이다. 올해로 8회를 맞는 ‘UIA라운드테이블(Round Table)’은 UIA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Asia Pacific, AP) 지역에서 각각 연 1회씩 이틀에 걸쳐 개최되고 있는 행사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부산에서 개최된 것에 이어 올해에는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다만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을 배경으로 한 100% 가상공간에서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UIA라운드테이블AP에서 다루어진 주요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버추얼 서울’ 기반의 가상행사로 진행된 UIA라운드테이블은 무엇이 달랐을지를 중심으로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이어 UIA 측에서는 이번 행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행사의 진행을 이끌었던 UIA의 대외협력관리자 클라라 페르난데스 로페즈(Clara Fernández López)의 목소리를 들어보도록 한다.
가상행사의 주요 프로그램 흐름
UIA라운드테이블 행사는 협회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배움을 공유하며,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국제협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을 개최지로 한 이번 UIA라운드테이블에서는 UIA 회장 시릴 리치(Cyril Ritchie)의 기조강연과 서울시 주용태 관광체육국장, 서울관광재단 이재성 대표이사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데이터베이스 트레이닝, 워크숍, 팀 빌딩 이벤트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었다. 총 7명의 연사가 온라인 컨퍼런스 형식으로 세션을 진행하였고, 강의 후에 마련된 워크샵에서는 국내외 참가자들이 연사와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워크샵에서 참가자들은 연사가 발표한 주제 중 한 가지를 택해 같은 주제를 선택한 참가자들과 가상회의실에 모여 토론을 진행했다. 강연 이외의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각자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었고, 참가자가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버추얼 스탬프 미션과 카드 제작과 같은 게임 이벤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협회가 나아가야 할 길
강연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통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협회들의 상황과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전략에 초점을 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협회포럼(Associations Forum) 회장인 존 피콕(John Peacock)은 코로나19의 상황에서 협회의 기초적인 토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이사회와 경영진, 직원과 같은 구성원의 역할, 협회의 구조와 거버넌스, 계획 수립 등 협회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필리핀 협회 및 임원진 위원회(Philippine Council of Associations & Association Executives, PCAAE) 설립자 옥타비오 퍼랄타(Octavio B Peralta)는 비즈니스모델을 재정의하고 팬데믹 상황에서의 비즈니스모델과 그 혁신에 대하여 강조하였다. 워크샵에서는 현재 팬데믹으로 인하여 각 협회가 직면한 문제(공통적으로 제기된 회원 수와 수익원의 감소, 행사 취소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혁신이 논의되었다.
카리타스 아시아(Caritas Asia)의 자 고메즈(Zar Gomez)는 자원 조달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임을 역설하였다. 특히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는 내외부 자원 조달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으며, 카리타스는 뉴노멀 시대에 대처하기 위하여 새롭고 혁신적인 자원 조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캬디타여성불교인국제연합(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의 크리스티 장 박사(Dr.Christie Chang)는 데스티네이션을 발굴과 관련한 경험을 공유하고, UIA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엔지니어과학자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Women Engineers and Scientists)의 와이룽 박사(Dr.Wai Yie Leong)는 유엔 회원국이 채택한 2023년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하며 협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알렸다. 강연 이후 이루어진 워크샵에서는 참가자들이 속한 협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대처방식에 관하여 실질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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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서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략 세 가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해 2월 UIA라운드테이블을 유치하였으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서울에서의 오프라인 행사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월부터 5월까지 코엑스에서는 단 한건의 전시도 열리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환경적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행사 진행 방식이 비대면으로 전면 수정함으로써 UIA 라운드테이블의 성사를 이끌었다. 가상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국내의 IT 업체와 손잡고 서울을 배경으로 하여 꾸며진 3D 가상회의 플랫폼 ‘버추얼 서울(Virtual Seoul)’을 개발했다. 이는 UIA 최초의 가상행사이기도 했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서 “UIA는 MICE산업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로 유치 자체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며 “비록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서울관광 콘텐츠를 알리는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 김지현 팀장은 버추얼 서울에 대해서 “회의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이란 도시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 방식을 고민했다”며 “3D 형식을 기반으로 서울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직관적으로 그 내용을 구성해 사용자 편의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서울과 MICE산업 성장의 기회로 살리는 모습이 돋보였던 ‘버추얼 서울’의 전략세 가지를 살펴본다.
① 온라인 행사를 넘어 도시 마케팅까지
일반적인 가상행사와 비교하여 버추얼 서울이 특징적이었던 점은 서울을 가상현실 무대로 구현해 내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비대면 방식인 일반적인 화상 통화 형식의 온라인 회의에 도시 마케팅 전략을 결합해 한 단계 발전한 플랫폼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MICE산업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가상회의 플랫폼에는 창덕궁, 세빛섬, 서울식물원, DDP 옥상정원, N서울타워 등 서울의 5개 주요 명소가 360도의 3D 국제회의장으로 변신했다. 오프라인 회의의 경우 공간의 제약이 있지만 이동시간이 없는 온라인의 이점을 살려 서울의 여러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을 본 따 만들어진 컨퍼런스홀에서는 메인 프로그램인 강연을 참관할 수 있었고, 네트워킹 라운지로 마련된 서울식물원을 배경으로 한 공간에서는 참가자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채팅 기능이 구현되었다. 오프라인 행사의 홍보관은 N서울타워의 서울관광재단 홍보부스로 재탄생하였다. 온라인 행사 개최의 경우에는 관광 등의 MICE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릴 수 없지만 버추얼 가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서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잠재 수요를 발생시키고 홍보 마케팅 효과를 얻어내고자 한 것이다.
② 한국이 자랑하는 IT 기술과 문화의 결합
한국이 자랑하는 IT 기술력과 문화콘텐츠가 어우러진 점도 특징적이었다. 이번 가상회의 플랫폼은 국내 IT 기업인 AIX LAB(에이아이엑스랩)과 스타트업 살린, 그리고 온라인 행사 전문 PCO인 MW네트웍스의 협업으로 완성된 프로젝트였다. 360도로 공간을 재현하고 온라인 컨퍼런스를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참가자 이탈 방지와 흥미 유발을 위한 멤버십 카드 만들기, 버추얼 스탬프 투어 등의 부수적인 프로그램들을 구현하는 등 체계적인 구성과 네트워크 관리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DDP 옥상정원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공간에서는 현지 관광 프로그램을 대신할 랜선 서울여행 극장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이곳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 투어, 베뉴 답사와 체험 프로그램 등의 5개의 테마로 360도 VR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BTS와 함께 제작한 ‘서울에서 만나요, See You in Seoul’ 서울관광홍보영상, 차은우와 함께하는 360도 VR 영상 등 대표적인 한류 스타가 등장해 한국의 문화를 알려 눈길을 끌었다. BTS가 등장하는 영상은 여행이 재개되면 서울을 관광지로 선정할 것을 홍보하는데 공개 10일 만에 유투브 1억 조회수를 기록하여 역대 서울 관광 홍보영상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콘텐츠들은 현지에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참가자들에게 문화콘텐츠와 데스티네이션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을 알렸다. 주용태 관광체육국장이 “뛰어난 IT 기술력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류 문화를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서울을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 개최지로 고려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세계 MICE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듯이, 기술과 문화의 만남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③ 국내 온라인 MICE산업의 성장을 위한 발돋움
서울시는 이번 3D 가상회의 플랫폼을 앞으로 개최하게 될 MICE 업계의 온라인 행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민간업계에서 가상공간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로써 세계 3위 국제회의 개최도시인 서울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번 행사의 참가자 등록비는 MICE산업에 꿈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서울 거주 저소득층 청년에게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인력의 유입이 필요한 MICE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의미를 가진다.
‘버추얼 서울’이 달성한 성과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86개의 협회 및 기관에서 131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서울관광재단은 참신한 기획으로 네트워킹을 이끌어내어 성공적으로 회의를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의 이용 통계에 따르면 게임 이벤트로 준비되었던 버추얼 스탬프 미션에는 859건을 달성하며 80여명이 참여하였고 100명 이상의 참가자는 홍보 영상을 시청하고 브로슈어를 열람하였다. 또한 13시간 동안 73명이 그룹챗을 이용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으며 서울관광재단의 홍보부스에서의 상담은 33명이 참여하여 화상 미팅의 가능성을 보였다.
국내 MICE산업의 발전을 위한 성장통
처음으로 시도되는 가상행사인 만큼 의미가 있었지만 앞으로 발전이 필요한 부분도 발견되었다. 참가자에 따라 음성과 화면이 끊기는가 하면, 플랫폼 구동 속도가 느려 원활하게 강연을 들을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가상행사에 익숙하지 않거나 마이크나 카메라 등의 필수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참가자들이 있는 등의 원인으로 기대했던 바 만큼은 네트워킹이나 상호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대면행사에서 가상행사로 급격한 전환이 일어나는 과도기에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관광 및 MICE 분야는 대표적인 서울의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며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산업으로서의 전망이 밝다. UIA는 매년 전 세계 국제회의 개최 실적 통계를 발표하는데, 서울은 2010년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4.6%로 세계 3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MICE산업은 코로나19로 전례 없이 크게 위축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행사가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잠재적인 고객을 만들고 온라인 행사 진행의 가능성을 보인만큼 현재 MICE산업 침체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렇다면 UIA는 새롭게 운영한 가상 행사에 대하여 어떻게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UIA 라운드테이블의 총 진행을 이끌었던 UIA 대외협력관리자 클라라 페르난데스 로페즈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UIA의 첫 번째 가상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UIA는 이번에 처음 가상으로 개최된 라운드테이블이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먼저, 협회들을 대표하는 훌륭한 연사들은 그들의 경험과 주제에 대해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예외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협회를 운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응시켜야 할지에 관한 주제들을 말이지요. 또한 UIA와 서울관광재단은 86개의 협회와 단체를 대표하는 131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참가자로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관광재단 및 파트너들이 함께 디자인하고 개발한 훌륭한 가상 회의 플랫폼은 참가자들이 서울과 친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UIA는 협회 대표자들과 UIA 협회 회원들에게 수많은 축하와 메일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과의 협업
서울관광재단의 전문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높은 수준의 플랫폼과 양질의 콘텐츠 및 프레젠테이션이 전달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대면 행사를 가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2020년 5월 12일부터 라이드테이블이 종료된 마지막 순간까지 이메일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연락 하면서 UIA와 서울관광재단은 함께 협력하였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한 팀으로써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유럽, 미국, 서울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공유 파일을 이용하여 문서들과 일정 등을 교차 확인하였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성공적으로 행사를 운영한 것에 대해서 서로를 축하했습니다. 가상 행사를 조직하면서 서울관광재단이 잘 대응해주었으며, 힘을 북돋아주었고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들과의 협업이 없었다면 가상 행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아쉬웠던 점
보통은 일이 끝난 이후에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방법들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행사는 달랐습니다. 물론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가상 워크숍을 개최할 때 연사들이 더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UIA 직원들이 가상 행사에 보다 숙련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었겠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상 행사로 계획이 되고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결코 이번과 같은 성공적인 가상 행사가 구현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행사 후에 함께 와인과 식사를 즐기며 축하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실제 서울을 걸으면서, 음식 향을 맡고 맛볼 수 없었다는 것, 서울의 방대한 문화유산을 방문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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