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흐름 속 MICE산업과 도시재생

MICE산업과 도시재생은 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박람회와 같은 메가 이벤트가 개최되면 그 파급효과로 인해 지역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거리 환경이 쾌적해지는 것부터 시작하여, 새로이 건립된 시설물이 유인 동력이 되어 유동인구가 증가하거나 상권이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다. 개최했던 행사 자체가 지역 브랜드로 남아 타지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아보면, 도시재생은 ‘레거시’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오늘날 국내외 전문가들은 MICE산업과 도시재생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그 고민의 범위가 시설 건립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콘텐츠와 기존의 자원을 엮는 융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MICE산업과 도시재생의 원론을 토대로 실질적 연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영국의 도시건축학자이자 웨스트민스터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 대학교의 앤드류 스미스(Andrew Smith) 교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오늘날 MICE산업이 가지고 가야할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메가이벤트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

앤드류 스미스 교수는 대규모 행사들이 창출하는 여러 사회적 파급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행사는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마켓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개최지 자체를 세일즈하는 기능도 수행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사와 도시의 역학구조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두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채널과 방식을 알 수 있으며, 어떠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창출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스미스 교수가 출간한 서적 ‘행사와 도시재생(Events and Urban regeneration: The Strategic Use of events to Revitalize Cities)’은 대형 행사가 도시재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필수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메가이벤트를 통한 도시재생은 총 9가지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행사 자체가 주축이 되어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있다. 행사 시설(베뉴)의 개발계획(신축 또는 증축) 자체가 도시재생사업으로 해석되는 경우다. 또한, 행사가 개발의 매개가 되어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다. 이는 행사시설을 기반으로 하는 직접재생효과보다는 보다 범위가 넓은 재생모델로, 사회적 재생(예: 지역민 교육수준 증진 등)과 지역 전반의 물리적 재생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MICE산업의 레거시 효과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밖에, 행사 개최를 계기로 지역의 브랜드가 개편된다거나, 지역 홍보 효과로 관광객 유입이 증가하는 형태도 도시재생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역사로 보는 메가이벤트와 도시재생

메가이벤트와 도시재생의 관계성에는 시대적 요구도 내포되어 있다. 당시 사회가 주목하는 발전목표와 개발방식 등에 따라 메가이벤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역사는 1851년 런던박람회에서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유럽의 도시들은 지역의 확장과 양적 발전을 추구했다. 당대 혁신기술과 신제품을 내놓으며 도시 전반의 부흥을 촉진하고 국가 또는 도시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에 주력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메가이벤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런던 사우스뱅크 인근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런던을 대표하는 산업단지였기에, 전쟁 당시 독일군의 집중적 공격을 받아 도시 자체가 폐허가 된 상태였다. 영국은 해당 지역을 문화예술지구로 설정하고 다시금 지역의 부활을 도모하고자 했다. 회복에는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절실했다. 이에, 영국은 로열페스티벌홀을 건립하고 메가이벤트(런던 페스티벌)를 개최함으로서 단시간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를 기점으로 영국영화협회와, 현대 미술 갤러리인 헤이워드 갤러리, 로열국립극장 등이 모여들면서 사우스뱅크는 문화예술집적단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탈공업화 시대부터는 도시의 외형적 발전보다는 지역사회 내부의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게 되자 도시들은 취업률 급감에 몸살하였고, 경제 기반이 흔들리면서 중산층 몰락, 공적자금 부족 등의 도시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국가별 정부들은 메가이벤트를 도시관리의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이를 통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강조하게 되었다. 도시개발에 공적자금이 부족할 경우 민간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메가이벤트를 활용하기도 하였고, 행사 개최를 통해 지역민 취업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행사의 ‘레거시(Legacy)’라는 개념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게 되었다. 2000년대부터 레거시의 방향이 지역민의 삶으로 촘촘하게 뻗어나고 있다. 스미스 교수는 “도시의 양적 성장을 지원하던 메가 이벤트가 이제는 지역민의 편안한 삶이라는 질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와 함께 호흡하는 MICE산업

과거에는 사실상 MICE 행사보다 메가이벤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도시개발이 개최목적의 근간이 되거나, 행사 개최를 위해 시설 건립 사업도 수반하는 등 대규모의 프로젝트로 추진되기에 가시적 성과도 명확했다. 메가이벤트의 도시재생 효과와 그 역사를 정리한 스미스 교수도 “행사를 통해 실질적 도시재생 효과를 창출하려면 일정 수준의 행사 규모와 충분한 개최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신념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규모를 막론하고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유의미한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이벤트는 개최기간이 정해져있지만, MICE산업의 경우 여러 행사들이 연중 개최되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지속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메가이벤트가 ‘인류의 미래와 혁신’과 같은 방대한 주제를 다루는 반면, MICE 행사의 경우 일상과 현생에 더 밀접한 이슈를 다루기에 도시문제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에, 국내 여러 지역들이 도시재생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MICE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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