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기반 경험 디자인 사례 분석

▲ 마티 이벤트(Matey Events) CFO 빅토리아 마티(Victoria Matey)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도 MICE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MICE 업계의 회복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정작 주최자들은 참가자와 참가업체, 파트너들의 변화하는 요구사항과 새로워지는 경쟁 우위 하에 많은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UFI의 글로벌 전시회 바로미터(Global Exhibition Barometer)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고객 기대의 변화’이다. 응답자들의 약 68%는 향후 5년 동안 비즈니스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큰 영향 요인으로 고객의 기대치 변화를 꼽았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변화하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행사 경험을 변화시켜야 한다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본 고에서는 GMI 웨비나 시리즈의 세 번째 기고인 ‘심리학 기반의 경험 디자인 사례’를 통해 글로벌 선진 전시회의 경험 디자인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전통적 마케팅 전략을 뛰어넘고 행동 과학을 실제 행사 경험에 통합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볼 예정이다.

‘인지 과부하’의 함정… “다다익선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정보과부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사기획자들은 대면행사가 정보과부하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참가자들의 인지 과부하는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사안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대면 행사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참가자 경험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 및 감각 과부하의 최소화’가 될 수 있다. 인지 과부하 현상은 다양한 정보가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인지 과부하는 박람회에서의 경험이 의미 있고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지 못하게끔 한다. 인지 과부하가 초래하는 결과를 간단한 실험의 예로 설명하겠다. 가장 쉬운 예로,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요일을 나열해 보는 것이다. 요일 나열에 성공했다면, 이번엔 가나다 순서대로 요일들을 나열해 보자. 요일순으로 나열하는 것과 가나다순으로 나열하는 것. 똑같은 속도로 읊을 수 있는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방금 경험한 혼란스러움이 바로 인지 과부하다.
상기의 실험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인지 과부하가 발생했을 때 생산성과 학습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MICE 참가자들에게 과도한 정보가 노출된다면 결국 참가자들의 피로가 증가하게 되고 동기부여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또 참가 경험에 대한 불만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참가자들은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심지어는 불만족 여부를 인지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참가자들은 행사장 분위기에 압도당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스스로가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뚜렷한 불만족 요인을 꼽아내지 못한다. 그저 이유 없는 피로도만 호소하게 된다. 결국 행사기획자들 입장에서는 뾰족한 해결책 없이 잠재적 재참가 고객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참고 자료 인지 회피 실험
미국의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의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교수는 ‘인간의 뇌가 인지적 노력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윌슨 교수는 피실험자들에게 15분 동안 혼자 독방에서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 것과 전기충격을 받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해당 실험에서는 67%의 남성 참가자와 25%의 여성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전기충격을 선택하는 충격적 결과가 공개됐다. 
물리적 고통이 따르지 않는 사색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명제가 상식적이지만, 실제로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신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신체적 고통보다 인지적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윌슨은 “사람들은 반복적인 생각의 고리 속에서 살고 있다”며 “생각이라는 것은 제어하기가 어려우며 지나치게 생각에 몰두할 경우 부정적인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인지 과부하는 참가자의 감각이 지속적으로 자극받을 때도 발생한다. 밝은 조명과 소음 속에서 사람을 피해 계속 걸어야만 하는 박람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감각 과부하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무수한 자극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수차례 자극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수집된 방대한 정보들은 빠르게 처리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정보수용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현상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행사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제한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박람회 내 휴식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행사기획자들은 참가자들의 감각기관이 잠시 쉴 수 있도록 행사장 내에 휴식공간을 배치하고 있다. 휴식 공간의 디자인은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참가자들이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고 잠깐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하다. 소소한 변화이지만, 이와 같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행사 전반에 대한 만족도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참고자료 아부다비컨벤션컨벤션센터의 ‘더하이브(The Hive)’

아부다비국제컨벤션센터 1층에 위치한 이 공간은 휴식공간과 소규모 미팅룸을 갖추고 있다. 형형색색의 의자와 소파가 배치되어 전시장을 찾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국제컨벤션센터협회 AIPC로부터 공간에 대해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대부분 행사기획자는 심리학에 기반하여 행사를 운영하기보다는 획일화된 관행을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전시회 개최일 전에 참가기업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을 전달할 때, 기초적인 가이드라인 또는 체크리스트를 주거나 웨비나를 개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바로 고리타분한 관행에 해당된다.
참가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많은 참관객들에게 그들의 브랜드(또는 상품)를 알리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박람회장에 챙겨와야 하는 것에 대한 안내에서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참가기업들은 참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잘 모른다. 행사기획자들은 이 맹점을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참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심리학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참가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쉽지 않다. 마음을 얻으려면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참가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참가업체는 박람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점을 행사 기획자가 잘 연결해준다면 참가업체로부터 내년 재참가에 관한 확답을 일찌감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직관적으로는 부스 디자인이 우선시 될 수 있다. 곡선 디자인을 적용한 부스나, 특별한 향이 나도록 고안한 부스들은 흔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참가자들의 눈길을 한 번 더 받게끔 한다. 참가자의 발걸음을 유도할 수 있는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전략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에 기인한다. 앞으로 이러한 심리학적 접근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행사기획자들은 참가업체와 참관객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소통 전략을 모색하고, 참가기업들에게 사전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PCMA가 준비한 참가자의 자녀를 위한 기념품


이번엔 판촉물을 살펴보자. 전시회 현장을 가보면 흔히 기념품으로 제공되는 품목으로 볼펜이나 공책 등의 판촉물을 볼 수 있다. 판촉물을 준비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정말 볼펜이나 공책이 유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비싼 선물이어야 긍정적 인상을 남기지는 않을까? 아니면 차라리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은 어떨지? 모두 정답이 아니다. 흔한 볼펜이나 공책일지라도 판촉물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참가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참가기업들 서로 비슷한 품목의 판촉물을 준비해왔다. 그중 한 참가업체의 판촉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판촉물의 대상이 참가자가 아니라, 그들의 자녀였던 것이다. PCMA는 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작은 곰 인형을 나누어주었다.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행사에 참가하려면 가족과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있어야 한다. 며칠간은 회의, 세션 참석, 클라이언트와의 통화, 이메일에 시달릴 것이다. 저녁 시간에는 비공식적인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바쁜 시간을 보낼수록 가족을 위한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자녀에게 사다 줄 선물을 사러 갈 시간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순간에 자녀에게 선물할 봉제 인형을 주는 부스를 만나게 된다면, 고민거리를 해결해준 고마운 기업의 이름이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흔한 펜이나 노트북. 로고 박힌 티셔츠보다도 더욱 값진 선물로 다가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심리학으로 살펴보겠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물로 받은 판촉물을 본인이 갖는 것보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선물할 때 더 긍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선물을 직접 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박람회에서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참관객들을 오히려 더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판촉물도 행사장에 온 참가자들이 어떤 고민거리를 안고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본다면 선택이 쉬워진다.

참고 자료 ‘타인을 위한 소비’로 MICE 참가자의 행복을 유도하다
자신을 위해 소비한 사람보다 타인을 위해 소비한 사람의 행복감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엘리자베스 던(Elizabeth Dunn) 교수와 연구진들은 632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피실험자의 행복지수와 연간수입, 한달 소비액, 타인을 위한 한달 소비액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타인을 위해 지출했을 때의 행복지수와 연간수입이 높은 사람의 행복지수가 거의 비슷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 판촉물 선택은 물론, 지속가능한 MICE 프로그램 참여 유도 전략 마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SG가 중요시되고 있는 오늘날, 지속가능성은 MICE산업의 핵심 사안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은 경쟁 우위를 갖게 하고 브랜드 충성도에 영향을 미쳐 이벤트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수많은 MICE 행사 중에서 박람회는 여느 행사보다도 지속가능성 실천에 대한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러나,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천에 대한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관점이 궁극적 지속가능성 도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행사기획자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기획하려 하겠지만, 막상 참가자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참가자들의 참여 유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숙제가 된다. 물론, 해결법은 있다. 예를 들어, 일회용 물컵을 생각해보자. 많은 행사기획자들은 플라스틱 사용 자제를 안내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해당 표식을 본 참가자들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소 습관을 유지하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을 적용하면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본값(Default Choice)을 이용하는 것이다. 안내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적인 옵션을 기본값으로 두는 것은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입구에서부터 참가자들에게 재사용 가능한 물병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지정된 정수기에서 물을 채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유도된 행동이 가장 목표를 달성하기 쉽고 명백한 방법’을 뜻하는, 이른바 넛지(Nudge) 효과를 일으킨다. 

참고 자료 ‘기본값 설정이란(Default Choice)?
기본값 설정이란 피결정자의 판단 전에 미리 행동방식이 설정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의사결정이 불확실하거나 고민하는 과정에 있을 때, 기본값은 효과적 넛지(Nudge)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기본값은 피결정자에게 추가적 노력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손쉽고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고 원래 결정되어 있던 선택에 자기의사결정을 덧씌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 기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 기증을 기본값으로 설정하여 직접 거부하지 않는 이상 기증을 유도하고 기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은퇴 저축 계좌 생성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어 은퇴자금을 저축하도록 기본값으로 두고 있다.

[참고자료] 
Author: Victoria Matey, Event Psychology Advisor, Matey Events 
Event Psychology resources: eventpsychology.gumroad.com
Contact details: @MateyEv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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