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요 등장에 블레져(Bleisure) 시장 들썩
코로나19 팬데믹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일찌감치 글로벌 관광산업의 혁신 트렌드로 자리매김해 왔던 ‘블레저’ 수요가 최근 비대면 원격근무 돌풍과 만나면서 워케이션(Work-cation)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관광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반 개별관광객(FIT)보다 지출 효과가 큰 비즈니스 관광객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우선순위 높은 유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중요도 높은 시장의 다각화와 확장세는 지난 3년간 침체기를 견뎌와야 했던 글로벌 관광산업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 신호 앞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원격근무 문화는 관광·MICE산업과 지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해외 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때 유행으로 그치지는 않을까?”
블레저 시장의 확대 양상을 둘러싼 오늘날 트렌드를 집중 조명하기 위하여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았다.
1990년부터 본격화되어 온 ‘스마트 워크’ 트렌드…“경제원리를 따르는 업무방식의 변화”
원격근무는 회사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근무방식을 의미한다. 1990년 후반, 디지털화에 관한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원격근무라는 개념도 덩달아 부상하기 시작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의한 인력문제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 속에서 원격근무는 이에 대응할 해결책으로 꼽혀왔다. 시대적 수요에 힘입어 각종 스마트워크 지원체계들이 등장했고, 2010년 이후부터 주요국들은 원격근무를 법·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크게 활성화되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미디어 BBC는 원격근무가 확산되지 못했던 두 가지 원인으로 조직문화와 사회적 교류에 관한 인간의 기본 욕구를 들었다. 디지털 기반이 잘 정비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사무실 근무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소통이 가능하니, 종사자 간 커뮤니케이션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아 도전적 근무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이러한 구조는 전통적 조직 문화와 소통 체계를 고착화하였다. 게다가, 직접 대면 교류를 통해 인지적·정서적 욕구를 해결하는 인류의 기본 욕구는 원격근무 방식에 대한 낯선 인식을 강화시켰다.
[참고자료] 국가별 원격근무 지원정책 수립 현황 (자료: 고용노동부,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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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는 견고히 유지되어 오던 조직문화와 근무형태도 뒤바꾸어놓았다. 감염병으로부터 종사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비대면 근무 체계로 파격적 전환에 돌입한 기업들은 전통적 근무방식에 대한 오랜 믿음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삼성SDS가 발간하는 인사이트 리포트가 찾은 원격근무 활성화의 원인에는 업무 생산성이 오히려 증진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 규모 확장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국제사회 전반에서 ‘일’이라는 개념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과거 원격근무 시, 업무관리가 어려운 탓에 생산성 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나, 실제 스탠포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가 원격근무자들은 사무실 근무자들보다 두 배의 일을 하게 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밝히면서 새로운 근무형태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돌려놓았다. 또한,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사무실 유지비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데 원격근무가 탁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좋은 인력을 섭외하려면 다양한 근무 체계를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지난해 맥킨지&컴퍼니(McKinsey&Company)에서 내놓은 근무환경 수요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고, 현장 근무 수요는 팬데믹 이전 62%에서 최근 37%까지 약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근무가 낳은 워케이션…관광산업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이 될까?
여러 글로벌 리서치그룹들이 워케이션의 확장을 예견하고 있는 가운데, 관광산업에 불어올 반향효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기업들이 한적한 지방 곳곳에 거점 오피스나 워케이션 시설을 마련코자 하는 기업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관광업계도 모처럼 만의 활기를 체감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이 지방으로 분산되면서 비즈니스는 물론 관광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경제효과가 창출된다는 점에 글로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워케이션을 지역균형발전의 촉매제로 보는 희망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코노믹타임즈(Economic Times)의 관광 전문 매체 호스피탈리티월드(Hospitality World)에서도 ‘워케이션이 촉발하는 지역 관광 성장 효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하여 “복잡한 도심과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심리는 여행과 레저 목적지로 한정한 지방 도시들을 선택하게끔 한다”면서 “그간 관광 개발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지역들에게는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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