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어 닥친 후 글로벌 여행 시장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SKIFT, 맥킨지(McKinsey)의 분석 자료와, 여행 경영진 및 주요 기업여행 구매자들과의 인터뷰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여 여행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동향을 살펴본다. 여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흐름을 읽고 이에 따라 빠르고 융통성 있게 대처한다면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회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관광 시장의 점진적 회복세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상황을 은폐하여 팬데믹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산 중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를 정상화 한 나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내 관광을 통한 내수 소비 촉진으로 소비 반등 신호가 관찰되고 있으며, 중국 경제의 회복탄력 속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름이 지나면서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론은 한 층 더 높아졌다. 맥킨지가 8월에 발표한 ‘코로나19 여행 정서 조사(Covid-19 China Travel Sentiment Survey, 2020)’ 결과에서 응답자의 74%가 ‘3개월 이내에 삶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락다운이 종료되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소비하기 원하는 부문으로 첫 번째가 외식, 두 번째는 여행이 꼽혔다. 국내 여행에 대한 신뢰도는 7월 소비자 조사 이후 2주에 걸쳐 6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의 국내 여행은 회복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호텔 객실 점유율과 국내 항공 좌석 수용률 모두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현황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 경제는 10월 대형 휴일인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8일)로 수혜를 입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었고, 해외여행이 엄격히 제한되자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린 수백만 명의 중국 내 여행소비 증가로 중국관광사업체의 매출이 반등했다. 이 기간 중국의 열대 휴양섬인 하이난의 면세품 매출은 150% 가까이 늘어났으며, 소매 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1조6천억 위안으로, 일평균 소비규모는 전년도 국경절 연휴보다 4.9%나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에서 자국민 소비가 차지한 비중이 56%에 달했다는 점에서 내수 소비 회복은 중국 경제 정상화에 큰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8일 간 중국 내 전체 관광객 수는 6억3,7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수준에 달했다. 한편 관광수입은 4,665억6천만 위안(한화 약 79조8천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9% 수준을 회복했다. 코로나19 이전 수치까지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으나,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노동절 연휴(5월 1-5일)에 비하면 눈에 띄는 회복을 보였다.
중국 관광 시장의 주요 동향 3가지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여행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몇 가지 점에서 주요 다른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
주요 동향① 국내 및 지역 여행 중심으로 회복된다
여행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노동절 연휴에 찾은 여행지 조사에서 중국 여행객들은 여행지로 이동하기 위해 개인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며, 집과 가까운 곳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이 상위 여행지에 오른 것을 보아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또한 인기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항공편을 이용한 레저 여행은 회복이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행 정서 조사’ 결과도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했다. “다음 레저 여행으로 얼마나 멀리 갈 것으로 예상하는가?”에 대한 응답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국내 여행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는 3시간 이상의 거리에 대해서도 높게 나타났다.
주요 동향② 젊은 여행객이 증가한다
코로나19는 노년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젊은층과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위기 이후 여행을 재개하는데 보다 개방적이다. 팬데믹 이후 첫 번째 휴일인 벌초일(Tomb Sweeping Day)에 여행을 예약한 이들의 60%가 30세 이하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0세 이하 예약자들이 4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증가다.
주요 동향③ 편안함이 결합된 이코노미 서비스가 떠오른다
변화하는 여행객 인구통계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소비 패턴에서도 나타난다. 중급 규모 호텔과 이코노미 호텔은 위기를 겪는동안에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씨트립(Ctrip) 조사에따르면, 여행에 1만 위안(한화 약 170만원) 보다 적은 금액을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중국 여행객이 2017년 27%였던 것에 비해 이번 시기에는 85%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반해 고급 호텔들은 새로운 소비 패턴뿐만 아니라 인바운드 해외 비즈니스 여행과 컨퍼런스 수요의 급감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었고 회복도 가장 느렸다. 그러나 여행객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여행 경험의 질을 전적으로 희생하지는 않는다. 맥킨지의 ‘코로나19 여행 정서 조사’ 결과, 현재 중국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숙박시설의 상위 2종은 세계적인 이코노미 호텔 체인과 지역 부티크 호텔이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편안함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이 결합된 것으로 인식되는 곳들이다.
중국 관광 시장의 활성화 요인 분석
①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부양책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수출과 내수가 상호적으로 순환하도록 하여 성장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쌍순환 정책’의 일환으로 내수 소비 진작에 나섰다. 이의 일환으로 국경절 연휴기간에는 자국 내 여행 활성화를 통해 외식이나 쇼핑을 일으켜 소비를 활성화 시키고자 했다. 전국 1,500여 곳의 명승지 입장료를 무료로 하거나 대폭 할인된 입장권을 제공했으며, 20여 곳의 성(省)과 시(市)는 여행 상품권을 대량 배포하여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또한 교통 및 여행, 요식과 엔터테인먼트 같은 대면 서비스 기업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지원책을 시행했다.
② 항공, 호텔의 공격적인 가격 프로모션
노동절 연휴기간에는 항공사 예약서비스 플랫폼이 항공편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중국인들의 여행 심리를 자극했다. 베이징 발 리장행 항공권은 최저가가 300-550위안(한화 5만-9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가량 낮았다. 또한 중국동방항공은 1인당 500달러(한화 약 57만원)에 무제한 비행을 할 수 있는 오퍼를 제공했다. 호텔과 온라인 여행사는 999위안(한화 약17만원) 보다 적은 금액으로 상하이 5성급 호텔에서 이틀간 숙박할 수 있는 특별 사전 판매를 진행했다.
③ 온라인 기술 활용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은 소비를 한층 가속화하고 여행 심리를 자극해 중국 관광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여행지와 상품이 판매되어 젊은 층들에게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관광지 사전 예약 서비스 보편화를 통해 관광객을 분산시켜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줄였다. 중국 5A급 관광지 280곳 중 264곳(94%)은 시간대별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명 예약 제도를 도입한 관광지는 전년 대비 3.5배 이상 증가했다. 특정 시간대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고 여행에 심리를 회복했다. 씨트립 플랫폼에서는 1천200개 도시와 여행지의 관광지 1만여 곳을 예약할 수 있었다. 가오더 지도는 관광지, 쇼핑거리, 교통 중심지의 인구 유동량과 거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이두 지도 역시 인공지능 관광가이드기능을 제공하여 관광객이 안심하고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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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다 국내 우선, 항공 보다 자차 선호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 시장을 운영하는 미국, 중국과 프랑스의 항공권 발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외 여행 수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2020년 1월 6일부터 8월 16일까지 국제선과 국내선의 항공권 발행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3개 시장 모두 국내 여행이 국제여행보다 위기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에서 보였는데, 국제선 항공권 발행은 66.5% 감소했으나 국내선의 경우 49%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또한 미국은 전체 기간에 걸쳐서 국내여행 수요가 국제여행 수요를 초과했다. 중국과 프랑스의 경우 각각 4월과 5월에 내수 수요가 국제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한편 개인 공간이라는 안전성을 제공하는 자차 여행 선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SKIFT의 여행 추적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중 70% 이상은 팬데믹 이후 첫 여행 수단은 자동차일 것이라고 답했고, 이 같은 선호도는 7-8월에 82% 까지 상승했다. 거리 기준으로는 집으로부터 100마일(약 160km) 이내의 여행을 선호한다. 100마일 이상인 경우에도 자동차 이동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팅 목적의 비즈니스 여행 수요 저조하나, 의지는 높은 편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대한 욕구가 있으나, 수요를 자제하고 있다. 격리, 락다운과 같은 공중 보건 조치, 안전 예방 조치로 여행지 선택에 제한이 따르면서 국내 및 지역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여행자들도 해외 출장의 수요가 있지만, 이들의 경우 일반 여행보다 기업의 여행 정책과 직원의 주의 의무 등 더 많은 제한요인으로 제제를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컨퍼런스나 무역전시회 목적의 비즈니스 여행 수요는 SKIFT 조사 비율상으로 전체 여행 수요의 5-7%로 매우 저조하다. 가상행사와 하이브리드 행사 개최가 활발해지면서 행사 참가 수요에 대한 공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일반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은 이 보다는 좀 더 높은 10%대를 보이지만, 친지 방문 및 휴식 목적의 여행 수요(70%대)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목적 여행에 대한 의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KIFT 조사결과 바이러스 위험요인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여행을 위한 항공편 예약을 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꽤 높았다. 전년도와 비교하여 동일 수준으로 하겠다는 응답이 25%, 오히려 더 많이 하겠다는 응답이 27%로, 50% 이상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황이 좀 나아져 리스크가 줄고 마음이 편해지면 비즈니스 여행을 위한 항공편 예약을 하겠다는 응답도 총 58%로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제한이 풀리면서 항공을 통한 여행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중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비즈니스 여행 시장의 회복과 재개에도 긍정적 신호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 여행 회복하겠지만 시장규모는 감소할 듯 … 새로운 여행 수요 개발 기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여행이 중단됐을 때, 많은 기관들이 대면 회의와 행사를 빠르게 가상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팬데믹 이 계속적으로 이어지자 관련 사업자들은 회복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비즈니스 여행 은 회복이 느렸다. 현재 위기도 다르지 않다. 이전의 경기 침체 및 기타 여행에 영향을 주는 사태 이후 비즈니스 여행은 더 심각 하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었는데, 비즈니스 여행은 레저 여행에 비하여 변동성이 높았으며 회복 속도도 느렸다. 2008-2009년 의 글로벌 경제 위기 동안 미국발 국제 레저 여행이 2% 감소한 반면에 미국발 해외 출장은 8% 이상 감소했다. 이후 국제 레저 여 행은 2년 내에 완전히 회복됐지만 국제 비즈니스 여행은 침체 이전 수준까지 반등하는데 5년이 소요됐다. 이번 팬데믹이 시작됐 을 때 많은 기업들은 빠르게 업무 목적의 여행을 피하도록 정책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5월 이후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가상 컨퍼런스 도구를 채택하고 재택근무로의 전환체제를 도입하면서 실제로 여행의 필 요성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들은 비즈니스 여행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추후에 회사 정책이 여행 재개를 허용하더라도 비즈니스 여행에 대한 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여행 관리자들이 예산 제한, 효과적인 기술 활용, 환경적 경각심과 위험성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비필수적 비즈니스 여행은 꾸 준히 감소하거나 반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 100곳의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동안 회 사의 국제 비즈니스 여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제 비즈니스 여행이 최대 40%까 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여행 기업 운영진들과 기업 여행 구매자들은 비즈니스 여행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비즈 니스 여행은 2019년 실적에는 못 미치겠으나, 큰 규모로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다.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는 레저 여행의 부활을 설명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타인과의 교류를 필요로 한다. 비즈니스 여행에 있어서 또한 동료들과 고객들, 여타 비즈니스 업계와의 현장 교류가 요구된다. 일부 여행의 형태들은 사라지겠지만, 근본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경 제괴복과 반등·성장은 감소치를 만회할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여행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 힐튼(Hilton)의 CEO 크리스 나세타(Chris Nassetta)는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내부 회의는 줌(Zoom)이나 웹엑스(WebEx)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여행에 대한 수요가 나타날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이유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여행객 데이터를 통해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세그먼트를 세분화하고 상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여행 회복 : 거리, 목적과 산업에 따른 차이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 여행의 회복은 목적지까지의 거리, 여행의 목적 그리고 산업 분야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비즈니스 여행에서는 어떤 부문의 회복이 가장 먼저 나타날까?
① 지역 여행과 국내 여행
지역 및 국내 여행이 국제 여행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행 관리자들은 발병률이 안정된 국가들의 국내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 여행은 정부 규제의 복잡성, 의무 격리와 급변하는 정책의 위험성 때문에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안전여행)이나 그린 레인(green lane-패스트 트랙)은 불안정한 초기 과정을 겪어야 했다. 원활한 국제 여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시스템의 도입과 공항 인프라 및 절차 구축, 추적을 통한 여행자 제한과 불충분한 항공 연결성 개선 등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② 판매 및 고객 관련 비즈니스 미팅
업무상 핵심적인 건들을 제외하면, 판매 및 고객 관련 미팅을 위한 여행이 가장 먼저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미팅과 인센티브, 행사와 기타 외부 모임을 위한 여행은 2021년 이후에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내부적 논의를 위한 목적의 일부 여행은 가상 회의 및 가상 협업 형태로써 영구적 대체의 가능성도 있다.
③ 산업 행사와 네트워킹 모임
주요 산업 행사와 컨퍼런스는 공공 안전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가장 늦게 회복될 수 있다. 8월 말, 전 세계 4,000여 건의 박람회와 전시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 혹은 취소되었다. 박람회나 컨퍼런스는 중요한 네트워킹 기회이므로 가상화가 어렵다 하더라도, 참석자 수가 수백 명에서 10만 명 이상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병이 종식되지 않는 한 높은 위험도를 수반한다.
④ 제조, 제약, 기술 분야가 비즈니스 여행 주도 (vs 지식서비스 부문은 기술이 대체할 가능성)
산업별 회복 차이는 재정 상황과 현장 작업의 필요성에 따라 달라진다. 코로나19가 전반적인 산업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중 에너지, 소매 등 일부 산업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산업은 예산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여행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반면 건설, 부동산, 기계 및 장비 제조업체, 제약 등 공업 및 생산 분야는 비즈니스 여행 회복을 주도할 수 있다. 서비스 및 지식 부문(과학기술 연구 등)에서 비즈니스 여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기술로 대체될 위험이 높다.
비즈니스와 레저, 여행의 경계가 흐려진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블레저(Bleisure)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의 급증은 디지털 노마드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어디서나 근무 (Work From Anywhere, WTA)’ 개념의 등장은 앞으로 레저와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더욱 흐리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9월을 기준으로 미국 노동 인구의 42%가 풀타임 재택근무 중에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내년 중반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주요 기업들도 당분간 직원의 원격 근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격 근무가 오래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도시 중심부를 뒤로하고 저비용에 여러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한 경향도 포착되었다. 락다운 기간 급증한 평균 여행 기간 데이터는 사람들이 거주 또는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다른 장소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거주하기도 좋은 장소를 분류해놓은 사이트인 노마드 리스트(Nomad List)의 설립자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는 2034년까지 세계적으로 10억 명의 디지털 노마드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예측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현실화 될 수 있는 수치에 가까워졌다. 이전 방식과는 다른 이러한 추세는 비즈니스 여행과 레저 여행 사이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하고 있다. 재택근무 개념은 ‘어디서나 근무’ 개념으로 변화될 것인데, 기업 출장 관리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증가한 디지털 노마드나 블레저에 맞는 기업 출장 정책들이 부재했고, 출장 관리 기업들 또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유연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문이다.
디지털 노마드 추세에 발맞추는 관광 업계 동향
한편 일부 국가 및 산업계는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신속하게 전략을 바꾸고 있다.
① 원격 근무 맞춤 호텔 프로모션
비즈니스 여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오래 걸리겠지만, 평일이나 전체 객실 점유율을 기업 출장객에게 크게 의존하는 호텔들은 디지털 노마드의 증가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원격 근무자들을 위해 내부 주요 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 아코르(Accor) 그룹을 비롯한 많은 호텔들이 원격 근무자를 위해 호텔 객실을 주간 사무실로 제공한다. 하얏트(Hyatt)는 ‘워크프롬하얏트(Work From Hyatt)’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호텔은 단기 임대숙소 같은 경쟁업체가 갖지 못하는 호텔 공간을 활용해서 독특한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장 데이케어 서비스나 스쿨링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과거 메리어트(Marriott)가 그랬듯이 스타트업에게 재정 지원과 호텔 인프라에 대한 접근 허용, 작업 공간 등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지원할 수도 있다.
② 새로운 관광 모델의 등장,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체류 비자
관광 수입 손실로 피해를 입은 여행지들은 디지털 노마드를 매력적인 시장 세그먼트로 활용하여 새로운 관광 모델을 수립하고 있다. 단기 관광객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관광 모델에서 벗어나 장기 체류하며 재택근무를 원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 체류 비자를 내주는 것이다. 바베이도스 정부가 원격 근무자를 환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조지아, 버뮤다,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다른 여행지들이 이를 뒤따랐다. 에스토니아는 해외 관광객 비율이 87%(2018년 수치)로 관광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팬데믹 이후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한 국가들은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라는 점, 저렴한 생활비와 여유로운 생활 환경 등을 장점으로 내세워 장기 체류자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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