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유독 대형 MICE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면서, 국내 MICE산업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컨벤션 부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 라이온스클럽세계대회, 세계자연보전총회 등 메머드급 행사들이 성공적으로 개최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이 크게 강화되었고, 전시회 역시 서울국제공작기계전이 단일 전시회로는 국내 최초로 10만㎡ 규모로 개최됨으로써 국내에서도 대규모 국제전시회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로 증명하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초대형 행사의 성공적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MICE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물론 북미와 유럽 중심의 국제행사 시장에 대한민국의 존재감을 알리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컨벤션산업은 앞서 언급한 초대형 국제행사 외에도 이에 필적할만한 대규모 국제회의와 수준 높은 중소규모 행사들도 꾸준히 개최되면서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보였다. 북미와 유럽 등 대부분의 컨벤션 선진국들이 경제위기로 위해 상당부분 컨벤션 수요의 감소를 겪고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이는 컨벤션의 경우 정부나 공공단체와 같은 공공부문이 수요를 주로 창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 불황의 영향을 덜 받았고, 특히 국내의 경우 컨벤션에 대한 정책적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공공부문의 컨벤션 수요창출 효과가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 측면이 있다. 반면, 전시회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는 서울국제공작기계전, 서울국제식품산업전 등 대규모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되는 반면, 하반기에 개최된 전시회들의 경우 경제위기의 영향이 증폭되면서 전년 대비 규모가 크게 축소된 전시회들이 많았다. 전시회의 수요창출은 주로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컨벤션에 비해 전시회가 경제위기로 인한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에도 세계경제의 회복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최근 IMF는 세계 경제성장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2013년 및 2014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각각 0.1%p 하향조정하여 3.5%와 4.1%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은 MICE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인프라 투자를 비롯하여 MICE산업에 대한 투자를 매우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북미와 독일은 컨벤센센터와 같은 인프라의 양적확충보다는 질적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복합단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독일의 하노버메쎄, 영국의 리드엑서비션스, 이탈리아의 피에라밀라노 등 세계적인 전시컨벤션기업들은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및 신흥시장에의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2013년 국내 MICE산업이 추구해야 할 성장의 방향은 무엇일까? 그간 국내 MICE산업 성장의 초점이 주로 양적성장에 맞춰져 있던 측면이 강한데 이제는 질적성장, 즉 지속적이고 수익성 있는 성장(sustainable and profitable growth)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컨벤션 유치건수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컨벤션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간 컨벤션 유치경쟁으로 인해 유치지원금이 크게 증가하고, 해외참가자의 식음료(만찬 등) 지원 역시 증가하면서 이들의 소비지출 기회가 줄어들어 행사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속된 말로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컨벤션 유치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사전에 분석하여 과도한 지원을 줄이고, 적정수준의 지원만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참가자의 체류기간과 지출 증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컨벤션의 유치와 개최를 지원하는 최우선 목적인 해외참가자의 소비지출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그간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확장하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이러한 인프라의 활용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컨벤션센터 주변을 복합화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컨벤션센터만으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전혀 높일 수가 없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컨벤션 도시까지 컨벤션 인프라 정책은 이미 복합화에 초점을 맞춘 지 오래되었다.
민간 컨벤션업계는 컨벤션 수요를 너무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공공부문에만 수요를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글로벌 컨벤션기업들과 국내 컨벤션업체의 가장 큰 차이는 행사운영 능력이 아닌 수요창출 능력이다. 중소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자체적인 수요창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독자적인 시장창출 능력 없이 부모가 차려주는 밥상(정부가 유치하는 행사)에만 의존해서는 결국 차려준 밥상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데 기력을 소모할 뿐이다. 자기 밥상을 스스로 차리는 데에 힘을 쓸 일이다. 세계적인 전시컨벤션기업들은 모두 자기 스스로 밥상을 차리는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뱀의 해라 하는 계사년이다.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말처럼, 다른 어느 해보다 국내MICE산업 전체가 지혜를 모아 지속적이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루길 기원한다.
이 창 현 박사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