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참가자 경험 가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MICE 행사의 가치는 경험에 있다. 보고, 만지고, 서로 소통하는 순간들이 얽힌 공간 속에서 참가자들은 복합적 교감을 수반하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몰입 경험은 다양한 파생 효과를 낳는다. 경험주의 교육이론을 설파한 미국의 심리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경험의 끊임없는 재구성을 통하여 인간은 성장한다”고 보았다. 비단 이성과 정형화된 지식만이 개인의 성장 또는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지만 분별 가능한 질적 사유들이 맞닿아 인지적 메커니즘을 완성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존 듀이의 경험이론을 뒷받침하듯 마케팅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브랜딩, 제품에 관한 고객 경험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관계마케팅, 스토리텔링 기법 등이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소비자(고객)심리를 자극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각광받는 시대다. 경험 기회를 갈구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부르짖고 있는 시류 속에서도 대면 행사의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는 것도 이러한 경향과 맞물려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MICE 행사에 내포된 참가자 경험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며 심층적 이해를 기반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에, 본 고에서는 참가자 경험에 관한 이론적 배경과 학술연구를 분석하여 팬데믹 이후 참가자 경험 가치의 변화 양상을 조망하고자 한다.

Contents

1.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2. 참가자 경험에 관한 선행 연구 분석
3. 코로나19 팬데믹이 참가자 경험에 미친 영향
4. MICE 기획자가 디자인해야 하는 경험은?
5. 종합 시사점

 

1.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소비자 접점 세분화에 따른 프로세스 이코노미(Process economy) 등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험 가치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분야는 바로 마케팅이다. 소비자가 접하는 제품과 브랜드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여 충성도를 확보하는 방안에 촉각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상품 또는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단순 소비를 넘어 자기표현(Self-expression)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소비 접점을 일상생활 속 일부로 스며들도록 하여 구매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을 간소화한 사례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들이 경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시장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딜로이트 인사이트(Deloitte Insight)는 경험 마케팅은 기업에게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았다. 기존 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들 수밖에 없는 데다가, 고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족할 경우 재구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에는 상품을 통한 만족도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에 주문 후 상품 수령까지의 과정(process)에서 파생되는 고객의 니즈(needs)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였으나, 최근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와 같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송받고자’ 하는 고객의 심리까지 소비자 니즈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는 등 고객 충성도를 경제적으로 안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시장 연 ‘인간적 교류’…동기 유발원에 관한 심층연구도 필요

이처럼 경험 마케팅에 관한 여러 가치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경험 마케팅을 대표하는 가치는 역시 인간적 교류를 통한 부가가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한 인간적 교류에 관한 갈증은 소비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감염병 확산세로 인한 불안감 및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학적 반증이 소비 시장에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결핍되었던 정서적 만족감을 충족하려는 소비 심리가 거세지면서 실물 경험과 휴머니즘을 가미한 제품/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제품 및 상품의 경험 기회를 프리미엄화하는 시장 고도화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1인 맞춤형 서비스와 오프라인 체험 공간 등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 채널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의 인간적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은 익히 인지하고 있으나, ‘인간적 교류’에 관한 고찰은 지속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다. 즉, 고객의 ‘정서적 동기 유발원’에 기초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5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가 제시한 ‘강도 높은 10대 동기 유발원’에 관한 분석이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참가자 경험에 관한 선행 연구 분석

참가자 경험의 정의와 속성 분석…“경험 경제적 원리로 이해하라”

참가자 경험의 보편적 정의는 ‘등록부터 폐막까지 행사에 관한 일련의 과정 중 참가자가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겪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참가자 인지에만 착안한 단편적 정의로, 행사를 둘러싼 전체적 맥락과 환경적 특징을 고려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교(Tilburg University)의 그렉 리차드스(Greg Richards) 교수는 2019년 게재된 논문 ‘이벤트 경험 연구의 방향성 제시(Event Experience Research Directions)’를 통하여 “참가자 경험은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발전 양상과 맞물려있다“며 ”개개인의 욕구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하여 ‘행사’라는 상품을 소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참가자 경험 또한 마케팅 관점에서의 소비자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 경험 중에서도 네트워킹, 커뮤니티, 공동창작(Co-Creation)과 같은 사회적 교류 행위를 강조하면서 참가자 경험의 세부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참고자료] 참가자 경험을 이루는 속성

① 개인적 구성개념(Personal Construct)

성격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조지 캘리(George Kelly)가 수립한 개념으로, 정신적 표상 또는 해석으로 사건을 지각하고 처리하는 개개인의 인지, 정서, 의지를 의미한다. 개인별 사고방식, 감정처리 방식 등이 각기 다르기에 동일한 사건/사고에 대한 이해가 개인마다 다른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리차드스 교수는 행사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채로운 순간들이 참가자 개개인의 구성개념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행사에 관한 몰입과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② 공유된 의미(Shared Meaning)

특정 시간과 물리적 공간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된 암묵적 메시지(암묵지)로 이해될 수 있다. 상황적 분위기(Mood & Atmosphere), 행사 전반의 공통적 이해 등이 공유된 의미에 포함된다. 같은 행사장에 있더라도 사회화 범위에 따라 공유되고 있는 의미는 서로 다를 수 있다.

③ 기획 맥락(Designed context)

기획 맥락은 행사 기획자의 영역이다. 행사 기획자의 설계 의도에 따라 참가자 경험이 달리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참가자 경험 디자인의 개념과 중요성의 배경이 되는 속성이다.

④ 시간적 순서 또는 흐름(Temporal Ordering)

행사는 결국 시간적 순간들이 연결되어 형성된 일종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각 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참가자 니즈와 경험이 파생될 수 있으며 시간적 흐름에 따른 참가자 터치포인트가 세분화될수록 정밀한 경험 디자인이 필요해진다. 이 속성을 근거하여 리차드슨 교수는 “경험 디자인에는 행사에 관한 참가자 여정 분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 경험을 형성하는 메커니즘…내외부 요인이 융합된 입체적 결과물

리차드스 교수는 참가자 경험을 이루는 상기의 속성을 바탕으로 아래 그림과 같은 도식을 제시하며 참가자 경험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설명했다. 성격, 교류 활동에 관한 인지/정서적 자극 등 개인적 구성개념과 예기치 않게 찾아온 특별한 순간 또는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제공된 경험 기회, 행사장 현장에서의 분위기 또는 공감대 등은 참가자 경험을 이루는 기본 토대가 된다. 이에 더해 행사 전 기대감 및 행사 참가 동기, 행사에 관한 환경적 요인(사회적, 물리적, 서비스 및 제품 등)도 참가자 경험을 형성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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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경험이 종합된 결과물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피드백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리차드스 교수는 “참가자 경험에 관한 성적표는 결국 행사 운용의 묘(妙)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 참가에 관한 시간적 순서를 세분화하여 참가자 여정 체계를 수립할 수 있어야 하며, 단계별로 배치된 참가자 경험 속성을 행사 운영 목표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요구된다”며 연구의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리차드스 교수는 “참가자 경험에 관한 피드백은 개인적 구성개념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행사에 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면 경험 관리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 경험의 세부 속성, “정서적 자극과 참신함, 육체적 참여는 가장 강한 동기 유발원”
참가자 경험의 세부 속성을 들여다보면 대면 행사가 온라인으로 100% 전환되기 어려운 이유도 찾을 수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의 윌름 쿳시(Willem Coetzee) 교수와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University of the Sunshine Coast)의 샤합 폴파키미(Shahab Pourfakhimi) 교수의 행사 참가자 경험에 관한 2020년도 연구 논문에 따르면, 행사 참가에 관한 피드백 또는 참여 동기유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서적 몰입’과 ‘행사 주제/프로그램의 참신함’ 등이 꼽혔다. 정서적 몰입에는 쾌락적 만족감이 1차원적으로 포함될 수 있으며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상위항목인 사회적 상호작용, 참가목적의 달성 여부 또한 정서적 몰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오프라인 행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물리적 자극을 강조한 연구결과도 있었다. 네덜란드 NHTV 브레다대학교(Breda University) 샤넷 드 게우스(Sjanett de Geus) 교수의 연구진(2016)은 참가자 경험 속성 중 신체적 몰입(Physical engagement)이 가장 영향력 있는 동기 유발원 또는 만족도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내놓았다. 신체적 몰입 여부를 결정짓는 세부사항으로는 신체적 5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실감 요소와 심리적 안정감, 개최장소의 환경적 특성(국가, 도시, 행사장, 주변 관광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3. 코로나19 팬데믹이 참가자 경험에 미친 영향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사회 전반 대부분이 달라졌으나, 팬데믹 영향이 참가자 경험에 가져다준 변화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관광·이벤트 분야의 일부 연구 논문에서 코로나19 이후 참가자 경험을 다루긴 하였으나, 전통적 경험 모델에 의거한 변화보다는 위기와 안전에 따른 참가(방문)의향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코로나19 전과 후를 비교하기에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다. 추후 관련 주제에 관한 심층연구도 필요하겠으나, 선행 연구의 논거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할 참가자 경험 또는 참가의향의 변화 모습을 전망해볼 수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경험 경제적 관점으로 참가자 경험을 바라본 리차드스 교수의 시각을 빌어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소비자 행동과 의사결정요인을 분석하여 참가자 경험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가 빼앗아 간 경험의 진가…“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달라진 참가자 경험을 살펴보기에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로부터 경험 기회를 빼앗아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험철학의 대가 존 듀이(John Dewey)가 정의한 경험은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 간에 일어나는 상호관계적 활동이자 그에 수반되는 광범위한 인식 작용이자 인식 과정’이다. 즉, 경험을 형성하는 기준은 인지적 또는 정서적 감각과 참여 또는 체험기회, 기호 및 상징과 같은 매개물, 각종 상호작용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는 조지 켈리의 ‘개인적 구성개념’과도 부합될 수 있는데,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경험 자극을 통하여 개인적 구성개념을 재구성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존 듀이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수정과정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경험 경제’의 시대를 선포한 파인 2세와 길모어(Pine Ⅱ & Gilmore, 1998)도 경험을 이루는 4대 속성에 ‘교육적 차원’을 포함시켰으며, 브라커스(Brakus, 2009)의 경험 속성 분석에서도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이 언급된다는
점을 보면, 경험은 인류의 생존과 시대의 발전에 기여하는 최소 단위의 동력이며 단순히 시간적 찰나 또는 순간의 감각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즉, 지난 3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동안 인류는 내적 성장 및 발전의 기회를 잃은 채 살아온 것과 같다. 엔데믹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결핍된 성장 기회를 다시금 갈구하는 수요가 소비 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소비 심리의 변화로 본 참가자 경험…“경험 기회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소비자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매(Action)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관하여 해외 연구자들은 “경험의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 MDPI가 발행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저널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알게 된 소비자 행동(What Have We Learned about the Effect of the COVID-19 Pandemic on Consumer Behavior)’이라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연구를 수행한 헤샴(Hesham) 등 연구진은 “소비자 행동이 변화하게 된 환경적 사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변해버린 일상 속 환경,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로 인한 피로도, 스트레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한 긴장감, 부족한 자유시간 등을 대표적 환경 변화로 꼽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안전까지 더 살펴야 하는 상황이 오다 보니 더 많은 정보와 선택지, 스트레스로 인하여 소비자 행동 변화가 급격하고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늘어가는 심리적 압박을 완화하고 지난 봉쇄기간 동안 잃어버린 기회를 보상받기 위하여 소비자들은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요소에 더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 본 논문의 연구진들이 주장이다. 헤샴 등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머리를 식힐 수 있을 만한 순간, 서비스, 제품을 더 찾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소비자 의사결정에 있어서 과거 감정적 요소는 그저 옵션에 그쳤었으나, 최근에는 쾌락적 만족감 여부가 주된 의사결정 요인으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말하는 ‘감정적 요소’는 감각적 자극에서 비롯된다. 이는 소비자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 정보를 소화하는데 피로도를 덜 느낄 수 있도록 실제적 공간 또는 환경(atmosphere)에서의 체험, 체감,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교류기회가 더 중요해진다는 시사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행사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오프라인 행사에 관한 참가자들의 기대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자료] 관광 분야에도 적용되는 감정적 소구의 중요성

영국 바스대학교(University of Bath)의 하이밍 항(Haiming Hang) 교수는 감정적 소구에 기반한 관광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코로나19 동안 관광객들의 감정적 의지 구축(Building emotional attachment during COVID-19)’을 주제로 논문을 게재한 연구진은 관광지 브랜드의 인간화1) 수준과 관광지(호텔)에 관한 관광객의 감정적 의지 수준이 향후 방문의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안감과 두려움은 연대감(소속감)에 관한 욕구를 자극하면서 이러한 감정에 공감해줄 수 있는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상황 속에서는 이처럼 인간적이면서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거나 이러한 전략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분석했다.

시간적 개념도 달라진다…짧아지는 이동시간과 체류시간

참가자들의 이동 소요시간, 체류 시간 등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미국의 이벤트리더십연구소(Event Leadership Institute)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개최된 대면 행사를 토대로 참가자 선호도 조사2)를 실시했다. 이번 선호도 조사는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이동시간과 행사장 체류시간 등 참가자 경험 디자인에 참고할만한 선호도 정보가 수록되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참가자들은 자차 및 항공 이용 시 1시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하철 이용에는 절반 이상이 강한 불편감을 드러내었다. 행사장 체류시간도 2시간 이내가 가장 적당하다는 응답이 26.4%로 가장 높았으며, 1일이상 개최되는 행사에는 53% 이상이 ‘전혀 편하지 않음(Not Comfortable)’을 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를 두고 이벤트리더십연구소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행동이 반영된 결과”라며 “그만큼 행사 가치에 관한 판단, 의사결정도 빠르게 내려지게 된다는 점을 시사하므로 매 순간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는 기획과 경험 디자인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 MICE 기획자가 디자인해야 하는 경험은?

컨퍼런스 참가자의 경험 속성은?…“오감을 자극하는 자기계발 기회 제공”

실질적 전략 도출을 위해서는 앞서 제시된 연구결과와 이론들을 MICE 행사에 반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된 참가자 경험들을 종합해보면 행사 참가자들이 원하는 경험과 감각은 우드와 마스터맨(Wood & Masterman, 2008)이 제시한 7가지 ‘I’로 설명될 수 있다. ‘7I’는 소속감(Involvement), 상호교류(Interaction), 감각적 몰입(Immersion), 정서적 영향 수준(Intensity), 개인 맞춤형(Individuality), 혁신 및 새로움(Innovation), 진실성(Integrity)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9대 컨퍼런스 경험 속성을 세분화한 마이어와 프류(Mair & Frew, 2016)는 네트워킹(Networking), 자기개발(Personal development), 베뉴 및 장소(Venue/Location), 학술적 페르소나(The academic persona), 즐거움(Fun), 음주(Alcohol), 동료(Friends), 감정(Emotion)을 공통사항으로 꼽았으며, 그 외로 학계에서 여성이 겪는 사회적 경험 등을 추가했다.

MICE 참가자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단계별 경험 강화 전략

영국 쉐필드할람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에서 내놓은 ‘총체적 컨퍼런스 경험 분석-컨퍼런스 참가자의 참여 여정에 관한 이해(The Holistic conference experience: Understanding the individual attendee’s conference journey)’ 논문은 위와 같은 참가자 경험 속성을 바탕으로 MICE 참가자의 고객 여정 분석 모델을 제시했다. 참가자 여정은 행사 참가에 관한 의사결정단계와 컨퍼런스  현장 방문(행사 중), 사후 만족도 및 성과단계로 구분되었다. 연구진은 단계별 참가의향 및 몰입,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항목을 제시하면서 “기대치 수준은 현장에서의 몰입 수준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 또한 참가자 경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행사 참가 전 기대 수준 중 높은 기대치를 유발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습득 기회’와 ‘협력 기회’ 등 자기계발 및 생산성과 유관한 속성을 바탕으로 행사 홍보 전략을 세워 참가의향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급증하게 된 기회와 경험에 관한 보상심리를 자극한 전략으로도 결부될 수 있다. 또한, 행사 경험 디자인 중 가장 중요한 영역인 현장 몰입의 단계에서는 ‘배움 및 관련 분야의 기여 경험’과 ‘네트워킹 기회’, ‘커뮤니티 몰입 경험’, ‘감정적 몰입’ 등과 같은 참가자의 고차원적 니즈(Needs)와 활동이 깊은 수준의 몰입감을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세 항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정신적 웰빙(Wellbeing)에 관한 욕구를 뒷받침할 수 있다. 경험 기회를 잃은 시기가 장기화 된 탓에 결핍 수준도 높아졌으니, 이러한 욕구에 대응하는 경험 설계가 선행된다면 행사에 관한 충성도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글로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참가자의 고차원적 니즈도 단순히 이성적(Rational) 속성3)에만 의존하여 대응하기 보다는 오감형, 체험형,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네트워킹과 정보 교류 등 행사장 내 활동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개별 참가자의 성과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시대 참가자 니즈 부합 여부를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이 필요하겠다. 그렉 리차드스 교수가 강조하였듯 행사 참가를 통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예시: 계약 체결 여부, 네트워킹 매칭 건수 등)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과 달성 경험이 개별 참가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심리적, 교육적 성장 및 발전 등)을 남겼는지 행사-참가자 간의 생애 여정까지 성과로서 포괄되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행사에 관한 의사결정단계와 시간이 짧아질수록 앞으로 참가자들은 행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명확한 기대 성과를 제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조직 단위의 성과뿐만 아니라 참가자 개개인의 생애 성장에도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MICE 기획자들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5. 종합 시사점

참가자 경험 증진에 관한 간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

행사 경험 디자인(Event Experience Design)이라는 개념은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즈니스 경험과 성과를 극대화한 대표적 모델인 C2 몬트리올과 같은 실험적 행사 사례가 늘어나야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참가자 경험 증진에 관한 학술적 연구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관련 주제를 다룬 최신 해외 저널을 살펴본 결과 실제 MICE 참가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참가 경험을 조사하여 참가자 경험에 관한 기본 구조와 전통적 개념 확립을 시도한 사례는 많았으나,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경험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새로운 경험 속성이 요구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 변화에 관한 연구도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참가자 경험 디자인에 관한 글로벌 표준 정립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여러 학문적 시각을 종합하여 보다 과학적인 참가자 경험모델이 우리나라에서 정립되는 것도 새로운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hc-hide-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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