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국에는 대형 회의시설보다 소규모 시설들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회의실 내에 여유 공간을 두고 정원을 통제해야 하게 되면서, 분리가 가능하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행사 주최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홍콩,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적정 정원을 20명에서 250명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최대 정원인 250명도 서로 다른 5개 회의실에 분산하여 좌석을 배치해야 하므로 큰 회의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시설들이 소외받기 시작한 것이다.
베뉴 중개 전문업체인 1000미팅스(1000Meetings)의 고객 서비스본부 상무이사 쉐린 세토(Sheryn Sethoe)는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대면 행사 개최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행사 전 신속 항원 테스트를 실시할 별도 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필요하게 큰 지출을 감내하면서 대형 회의시설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행사장이 뜨는 또 다른 이유는 대규모 시설보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시설 일반 방문객 및 타 행사 참가자들과의 동선이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어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세토 이사는 “고객들이 독립된 공간이나, 호텔 내에서도 독특한 장소, 호텔 이외의 준회의시설 등을 선호하기 시작했음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도심이냐 근교냐에 구애 없이 지역마다 접근성 좋은 소규모 시설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규모 회의시설 보유 여부가 개최지 선정 시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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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더블유티 미팅스앤이벤츠(CWT Meetings& Events, 이하 CWT)도 여행 규정, 그룹 규모, 거리두기 안전수칙 등의 제약으로 인해 소규모 회의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 세계 25만 개의 호텔 및 유니크베뉴를 예약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CWT의 페트리나 고(Petrina Goh) 이사는 “아시아에서 대면회의나 행사가 서서히 재개되면서, 참가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싱가포르에서 행사를 개최할 경우 참가자 등록 공간, 신속 항원 검사존, 대기실 등의 별도 구역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행사기획자들도 대규모 시설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여러 곳의 분리된 공간을 제공하는 소규모 장소를 찾아다니는 기획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 이사는 “현재 대부분의 컨벤션센터 및 비즈니스 호텔들은 정부 규제 및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의 회의실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행사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니크베뉴의 경우 시설의 독특함보다는 접근 안전성과 관련된 척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시설의 동향 ⓵] 재빠른 대응 ; 대고객 서비스 개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희망적인 전망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비하는 소규모 시설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팬데믹 속에서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회의 업계의 요청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 및 가격 정책을 대거 개편하기에 나섰다. 고 이사는 “대규모 호텔이나 컨벤션센터가 주최자의 요구나 변화무쌍한 정부 규제에 부합하기 위해서 기민하게 움직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반면에, 임대료 정책과 파트너십을 관리하는 데 있어 비교적 자율성을 갖춘 소규모 장소들은 가격 경쟁력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시장 진출상품을 준비해서 보다 재빠르게 그들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자에게 공간배치를 제안하기 위한 세팅 도면과 코로나19 현장 진단검사를 지원할 개최지 내 진료소의 연락처, 알라카트(a la carte, 호텔 등에서 개인 주문으로 특별히 제공되는 특별식)의 특별 할인혜택, 행사에 적합한 추가 옵션을 개발하거나 올인클루시브 등의 상품을 내놓는 등 여러 유용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고 이사는 “이러한 변화들은 회의 주최자의 업무를 훨씬 쉽게 만들어주며, 이러한 서비스 품질은 시장 경쟁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규모 시설들이 상품 차별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독특한 역사를 가진 독립형 공간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의 네덜란드 파빌리온(The Dutch Pavilion at the Shangri-la Hotel Singapore)을 실례로 언급했다. 1000미팅스의 세토 이사는 대형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방송기술을 도입한 소규모 행사 시설들에 대하여 “경제적으로는 온라인 및 하이브리드 행사를 위해 기존의 시청각 및 기술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기술에 대해서는 높은 이해와 노하우가 필요하며, 운영에 관한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아울러, 데이터 저장 및 관리와 같이 지출이 불가피한 기능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 자체적으로 하이브리드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예: 통신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시설의 동향 ⓶] 적극적 소통 ; 충분한 정보 교류와 구체적 사전 논의
팬데믹 기간 동안 회의업계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세토 이사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기획자와 베뉴 제공자가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시설과 관련한 취소 정책과 방역수칙, F&B 준비, 거리두기 등을 시행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행사를 준비할 경우 네트워크 연결성에 대해서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며 “와이파이 상황을 마냥 믿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인데, 스트리밍은 단순한 웹서핑과는 달리,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 스펙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토 이사는 시설 담당자와 행사기획자는 사전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커피와 차 준비’를 예로 들며, “코로나19 이전에 다과는 셀프 서비스로 제공되었지만, 현재 상황이 달라진 만큼 더 안전하게 다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것이 참가자 경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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