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데이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MICE 행사의 디지털화는 꾸준히 시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 행사의 대표적 이점으로 꼽히는 데이터 관리의 용이성. 전환에만 급급한 나머지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한 때다.
엑스포플랫폼(ExpoPlatform)의 최고 성장 책임자인 루크 빌턴(Luke Bilton)은 “오늘날 많은 주최자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행사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사업자산을 흘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디지털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교류 형태를 이해하고 옴니 채널의 개념으로 MICE 행사를 재정의한 행사 주최자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점에 이견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미래 생존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 행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로 누가 참가자 정보를 관리할지, 왜 유용한 데이터들이 주최자에게 바로 공유되지 않는지 등 행사 데이터 관리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데이터에 관한 논의가 더딘 가장 큰 이유는 기술 제공자와 행사 주최자(혹은 기획자)가 이원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가상행사가 본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체계를 잡기 전까지는 행사 기술 제공자와 기획자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면행사의 경우 개최지의 경제적 파급효과, 참가자수와 같은 지표를 통해 행사 주최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행사는 무엇을 통해 성공 여부를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데이터 시대다.
웰컴투 데이터 시대…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주를 찾아라
온라인 행사는 행사 주최자로 하여금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데이터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정교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누구와 만났는지, 어떤 바이어와 셀러가 성공적인 거래를 맺을 수 있는지 등 대면행사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정보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경우 수십만건 이상의 참가자 간 교류 결과가 데이터로서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유용한 행사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종류의 고객 데이터를 구분하여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사용자 데이터(user data)가 있다. 이는 고객의 이름, 이메일, 직함 등을 식별하여 저장하는 고유한 인구통계 데이터다. 사용자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참관객이나 참가업체 등록 과정에서 축적되며, 주최자는 고객의 소통을 위해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중요 데이터인 사용 데이터(usage data)는 플랫폼의 모든 사용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행동 데이터다. 누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세션에 참석했는지, 어떤 참가업체의 프로필을 봤는지 등이 포함된다.
데이터를 둘러싼 행사 주최자와 플랫폼사 간의 갈등
주최자와 온라인 플랫폼 간의 파트너십이 상호 이익이 되려면 행사를 통해 축적된 고객 데이터는 주최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사실상 기술을 지원하는 온라인 행사 플랫폼사보다는 계속해서 행사를 키워나가는 주최자야말로 행사 데이터가 절실하고, 데이터 또한 행사에 수반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관한 행사 주최자와 플랫폼사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엑스포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도식을 제시했다.
상단 도식의 ‘주최자-주도 데이터 컨트롤(Organiser-led data control)’ 부분을 보면, 행사 주최자는 데이터 관리자로서 고객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행사 개최 사업의 중심을 맡는다. 또 단일 혹은 여러 행사에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주최자가 직접 소유하고 있으므로, 참가업체와 참관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절히,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이상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다.
그러나 오늘날 보편화되고 있는 형태는 하단의 ‘공급업체 주도 모델(Vendor-led data control)’이다. 이러한 체계는 큰 맹점이 있다. 플랫폼 자체가 고객과의 직접 관계를 소유하고 그 데이터를 다른 주최자에게 공유함에 따라 주최자가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도 있는 데이터들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로 디지털 가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패러렐즈(Parallels)가 있다. 패러렐즈는 사용자와의 관계를 소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페이스북, 링크드인, 클럽하우스 등과 비슷하다. 행사 주최자들은 필수로 이 공간을 임대해야 한다. 이는 패러렐즈 개발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후원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정작 플랫폼의 실질적 핵심고객인 주최자들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행사 데이터를 둘러싼 비정상적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지 못하면 향후에는 행사 기획 노하우를 가진 기획자 또는 주최자들이 데이터의 힘에 밀려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올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용 데이터 보호 조항”
오늘날의 문제점은 결국 행사 데이터에 관한 소유 권한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 태반이다. 데이터와 정보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법·제도가 마련되고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강화되고 있다. 행사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행사를 통해 축적된 정성적 사용데이터야말로 참가자 개인으로부터 창출된 활동정보이기 때문에, 한 단계 걸쳐 데이터가 공유되는 형태(도식 상의 두 번째 체계)보다는 소유 권한을 뚜렷하게 규정하고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 주최자들은 온라인 행사 진행에 앞에서 플랫폼사와의 계약 내용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1. 사용자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라
행사 기술 플랫폼은 데이터 처리단계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 기술 파트너가 이 정보를 수익화할 계획이 아니라면 참가자 개개인을 식별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플랫폼사가 행사개최 지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참가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장기보관하지 않도록 별도 조항으로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용데이터의 소유권 명확히 하라
주최자는 참가자 활동을 통해 도출된 사용데이터에 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제든 원할 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보고서나 가공된 형태가 아니라 데이터 자체(raw data)를 보유해야 한다.
3. 행사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명확히 하라
연사, 참가자 혹은 참가업체가 행사 중에 공유하는 모든 정보의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도 기술 플랫폼이 아닌 주최자에 속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례처럼 일부 가상행사 플랫폼의 경우 주최자의 IP를 소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조적으로 주최자의 IP가 플랫폼사에 속하게 될지라도 행사 내에서 공유된 정보와 지식은 별도로 구분하여 재산권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